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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군사행동 강행이유]계산된 공습…'힘의 외교' 과시

입력 | 2001-02-18 18:47: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힘의 외교’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가.

부시 행정부가 출범 1개월도 채 안된 시점에서 이라크 공습이란 첫 대외 군사행동을 감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안보팀은 이번 공습이 비행금지구역 유지를 위한 ‘일상적인 작전’에다 자국 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조치’라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라크에 대한 강경정책의 신호탄’이라고 풀이하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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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걸프전 당시의 주역들이 포함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특히 이번 공습은 1998년 12월 나흘간에 걸쳐 바그다드 일원을 공습한 ‘사막의 여우’ 작전 이후 처음으로 바그다드 근교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그런 성격이 짙다는 것.

이번 공습은 아울러 후세인 대통령이 부시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계속 괴롭힌 데다 최근 들어 눈엣가시 같은 행동을 자주 해온 터라 이에 대한 보복의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는 90년 쿠웨이트 침공에 따라 시작된 유엔의 제재조치 해제를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지난 6주 동안 미국과 영국 항공기에 51차례 발포했으며 이 중 14차례는 지대공 미사일까지 발사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공습은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무엇보다 우선시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힘의 외교’ 원칙을 구체화한 첫 조치라는 데 보다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번 공습으로 부시 행정부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강행에 대한 앞으로의 태도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이번 공습은 또한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미국 대통령은 바로 나’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각인하려는 다목적 포석도 깔고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노회한’ 체니 부통령에게 휘둘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공습은 그 함의(含意)를 떠나 취임 4주째를 ‘국가 안보 주간’으로 설정한 부시 대통령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작품’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12일 조지아주 군부대 방문을 시작으로 잇따라 군부대들을 찾았으며 안보 주간 마지막날인 16일 이라크 공습으로 대미를 장식했다는 것.

하지만 이번 공습은 피해자인 이라크는 물론 아랍권 국가들과, 심지어 러시아 중국 프랑스까지도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