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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버스전용차선 민원 봇물 "교차로 진입 진땀"

입력 | 2001-02-18 19:14:00


《서울시내 버스전용차로제가 아직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명분 살리기에만 급급해 일반 차량 운전자들에 대한배려는 내팽개쳐진 느낌이다. 현재 서울의 전용차로는 60개구간 218.9㎞에걸쳐 있고 점선과 실선구간의 비율은 7대 3 정도. 점선구간에는 승용차의 진출입이 허용되지만 30m 이상 주행하면단속대상이 된다. 실선구간은 진출입이 금지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살고 있는 한정택씨(30)는 매주 토요일마다 한바탕 ‘교통전쟁’을 치른다. 주말마다 지방에 내려가는 아내를 배웅하기 위해 집에서 서울역을 들러 귀가하는 길 곳곳이 ‘지뢰밭’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용산방향으로 직진하다 우회전, 만리동 방면으로 가는 길을 이용해야 하지만 우회전 차로에 버스전용차로의 승용차 진출입이 허용되는 점선구간이 턱없이 짧아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

한씨는 “이 구간만 보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면서도 “매번 무섭게 ‘질주하는’ 버스를 피해 급하게 핸들을 꺾는 ‘곡예운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본보 취재진이 실제로 서울의 전용차로 운영실태를 점검해 본 결과 곳곳에서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서 종로방향의 대학로 1㎞구간.

도로 중간에 30m길이의 실선 부분이 두 군데 있어 점선인 줄 알고 ‘무심코’ 끼어들었던 운전자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실선구간 때문에 당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화여대 지하철역에서 신촌로터리 방면 도로의 상황은 더했다.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은 인도변 차선을 ‘무단점령’하고 있는 시외버스들로 인해 차선을 바꿀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우회전하기 60m 전부터 그어진 점선구간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원칙적으로 전용차로의 점선과 실선의 선정기준은 교통량과 차량속도의 함수관계에 의해 결정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기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고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면도로가 많은 서울의 경우 모두 점선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실제 원칙 없이 대충 경험에 의해 그어진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인지 점선과 실선의 결정주체를 둘러싸고 경찰과 서울시의 책임 미루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서대문구의 한 관계자는 “민원 때문에 승용차 진입이 일부 허용되는 점선구간이 늘어나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결국 단속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단속원과 운전자간 시비도 늘어 점선구간 단속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보다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점선과 실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면도로 진입과 교차로 진입의 점선구간을 구분하고 △도로 바깥에 전용차로구간 표지판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