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궤변을 펼쳐온 구두수집광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72). 그가 16일 평생 소망하던 구두박물관을 열었다.
장소는 필리핀의 구두 생산지로 유명한 마닐라 인근의 마리키나시에 있는 300년 된 스페인풍 저택. 이곳에는 그가 ‘미스 필리핀’으로 선출될 당시 신었던 샌들과 대통령 영부인으로 있을 당시 애용했던 250켤레를 비롯해 정치인과 영화배우들로부터 선물받은 것 등 총 3000켤레의 구두가 전시돼 있다.
여기에는 1986년 남편과 함께 미국 망명길에 오를 때 신은 것으로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청색 캔버스 구두도 포함돼 있다고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그는 이날 박물관 개관 연설에서 “나는 구두를 신을 때마다 아직 남편이 대통령이란 느낌을 받는다”며 “마리키나시에 구두박물관을 연 것은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어 신발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몇 켤레의 구두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세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그가 남편과 함께 허겁지겁 대통령궁에서 도망쳤을 때 무려 1200켤레의 구두가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그는 스위스와 홍콩 은행 등에 200억달러(약 25조원)의 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홍콩의 한 범죄조직을 시켜 이를 되찾으려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1991년 망명 생활을 접고 귀국한 그는 현재 주지사와 국회의원이 된 두 자녀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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