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간의 DJP회동이 40일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입각을 희망하는 자민련 의원들의 허탈감과 초조감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조복원을 선언한 지난달 8일 만찬회동 이후 특별히 조율해야 할 현안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관측도 있다. JP가 그동안 기정사실화돼온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유임설과 달리 뭔가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교섭단체 구성과 공조복원이 이뤄진 상황에서 당을 실질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과도기적 ‘대행체제’ 대신 김 명예총재가 전면에 복귀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이런 수뇌부 기류와 달리 당 소속 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개각에 쏠려 있다.
유력한 입각 후보로 꼽히는 이양희(李良熙) 김학원(金學元) 이완구(李完九) 이재선(李在善) 정우택(鄭宇澤) 의원 등 이른바 ‘재선 그룹’들의 자천타천 식 입각 경쟁은 자못 치열하다. 일부 의원은 사석에서 “입각이 안되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러나 실제 입각 대상은 재선 그룹 윗선의 중진 의원 3, 4명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재식(張在植) 조부영(趙富英) 부총재와 오장섭(吳長燮) 사무총장, 김현욱(金顯煜) 지도위의장, 권해옥(權海玉) 부총재 등이 자주 거명되는 후보들이다.
권부총재는 아예 스스로를 ‘농림장관 적임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러나 개각이 지연되고 개각폭도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와 입각 경쟁 열기가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김 명예총재가 입각 로비를 막기 위해 신당동 자택에 ‘금족령’을 내려 과열 경쟁을 막았다는 후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JP가 말을 않고 있으나 내심 당 체제 정비 및 개각 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것 같다”며 “DJP회동은 김대통령이 미국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다음달 6일 전에 열릴 것 같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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