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정보위에서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은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과정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임원장의 설명을 듣고 나온 여야의원들은 대(對)언론 브리핑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며 격론을 벌였다.
▽이상수(李相洙·민주당)의원〓신한국당에 흘러간 돈을 역추적한 결과 안기부가 관리한 계좌에서 인출됐고, 이 계좌에 유입된 돈의 마지막 뿌리는 모두 안기부 국고수표로 확인됐다. 44장의 국고수표가 증거물로 확보됐는데 대부분 95, 96년에 발행된 것이다.
▽박종근(朴鍾根·한나라당)의원〓국정원의 주장일 뿐이다.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으나 안기부 관리 계좌의 출금 내용, 국고수표의 내용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의원〓정확하게 말하면 안기부 예산에서 돈이 나간 게 아니라 안기부가 관리해 온 자금에서 돈이 나간 것이다. 안기부 지출관은 예산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자금’개념으로 관리한다. 그 자금에는 통치자금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돈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불용액을 얼마나 인계받았느냐고 묻자 “알 수 없다.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이상수의원〓경우에 따라 대선자금 잔금이 안기부 계좌에 들어갔는지를 확인했으나 외부에서 들어간 돈은 현금이든 수표든 없다고 했다. 자금의 마지막 뿌리는 국고수표이며 가장 오래된 것이 92년 것이라고 했다.
▽김기춘(金淇春·한나라당)의원〓이자와 불용액이 쓰여졌다고 말하는데 연도별로 얼마인지조차 답변하지 못했다. 결국 무슨 돈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윤성(李允盛·한나라당)의원〓당해 연도의 간첩잡는 돈이냐고 물었는데 확인 결과 95, 96년 국고수표가 전부가 아니다. 그 해의 간첩잡는 돈을 당겨쓴 것이 아니라 95년에 발행된 것도 있고 그 이전 것도 있다고 했다.
▽이상수의원〓안기부에서는 국고수표를 일반수표로 교환한 뒤 정기예금으로 예치해 관리했는데 만기이자 등을 고려해 가장 최근에 입금한 돈을 찾아 쓴 것 같다는 답변도 있었다. 불용액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횡령한 돈이니, (안기부 예산을 쓴 게 아니라) 횡령한 돈을 썼다고 주장하는데 상식적으로 그 돈이 그 돈 아닌가.
이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국정원 보고 내용을 놓고 한때 삿대질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체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안기부 예산 유출이 확인됐다”며 관련 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거칠게 항의,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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