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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태반 탯줄은 21세기 신약의 보고

입력 | 2001-02-20 18:29:00


지난달 미국과 이탈리아의 공동 연구팀이 인간복제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한데 이어 18일 캐나다 종교단체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이 올해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공언, ‘인간복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인간복제에 반대하는 많은 의학자들도 “수정란이 인간의 구조로 발전할 준비를 하기 이전인 ‘수정 14일 이내’의 배아를 복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복제된 배아에서 각종 장기로 분리되기 전 단계인 ‘줄기세포’를 떼어내 배양하면 각종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정란부터 고귀한 생명체로 보는 종교계는 어떠한 생명조작도 비윤리적이라며 과학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최근 이같은 논란을 잠재울 대안으로 출산 뒤 버려지는 태반과 탯줄이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 줄기세포가 듬뿍 들어있으며 혈액은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풍부해 백혈병 등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명을 키우기 위한 온갖 화학물질이 들어있어 신약 개발의 ‘텃밭’이기도 하다.

‘21세기 의학’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태반과 탯줄에 대해 알아보자.

▽줄기세포가 있다〓로마교황청은 올초 태반과 탯줄을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으며 로마 성심대학은 이에 맞춰 태반은행을 출범시켰다.

18일 미국에서 첫 성과가 발표됐다.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팀이 이날 미국과학진흥회(AAAS) 연례학회에서 “탯줄혈액 속에서 뽑아낸 줄기세포에 레니노산과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미성숙 신경세포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중풍을 유발한 쥐에게 이 세포를 혈액주사했더니 뇌기능이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탯줄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중풍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백혈병 환자를 살린다〓1980년대 초 태반과 탯줄 혈액에 조혈모세포가 많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으며 88년 프랑스에서 탯줄 조혈모세포를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각국에서 1000여명이 탯줄혈액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으며 국내에선 20여명이 이 시술로 새 생명을 얻었다.

탯줄혈액 조혈모세포이식은 어린이 혈액암 환자와 면역결핍증, 선천적 대사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기존의 골수이식보다 장점이 많다.

우선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하는 경우 70%가 성공하지만 탯줄혈액이식은 80% 이상 성공한다. 타인골수이식은 세포벽마다 붙어있어 면역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하는 장치인 ‘사람백혈구항원’(HLA) 6개 대부분이 일치해야 가능한데 탯줄혈액이식은 3개가 틀려도 가능하다. 또 탯줄혈액은 면역반응이 약해 조혈모세포이식 뒤 환자의 몸을 덜 공격한다. 탯줄혈액은 왕성히 분열하기 때문에 50∼150㏄만 이식해도 어른 골수 500㏄ 이상을 이식한 효과를 본다.

무엇보다 탯줄혈액은 구하기 쉽다. 매년 버려지는 탯줄의 10%만 수집해도 모든 유형의 HLA를 확보할 수 있고 모든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양이 확보된다.

▽화학물질의 보고〓태반과 탯줄엔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온갖 호르몬과 효소가 들어있다. 선진국 제약회사들은 암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을 제압하려는 원료를 찾고 있다. 걸림돌은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 업체 바이오사이트사가 미국 특허청과 유럽 11개국으로부터 탯줄에서 나온 모든 혈액세포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 누구의 탯줄혈액이든 그것을 질병치료에 이용하려면 이 회사에 특허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진국의 제약회사들은 ‘특허권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인정해도 제한적이어야 한다’면서 태반 탯줄 속에서 ‘신무기’를 찾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