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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탯줄혈액이식 제도적 장치 마련을"

입력 | 2001-02-20 18:29:00


“선생님이 인터넷에 올린 탯줄혈액이식에 대해 읽었어요. 그게 그렇게 좋은 방법이라면 왜 우리 아이에겐 안 해주나요? 선생님이 쓴 글에 대해 책임지세요.”

지난해 가을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의 어머니가 진료실에 들어오자 마자 나에게 따지듯 퍼부었다.

나는 “탯줄혈액이식은 의료보험 혜택을 못받지만 타인골수이식은 의료보험이 되니까 골수 기증자가 있는지 우선 찾아보자”고 권했다. 그러나 환자 어머니는 곧바로 아이에게 탯줄혈액을 이식해달라고 조르며 진료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 아이는 얼마 뒤 탯줄혈액을 이식받아 현재 활기차게 뛰어놀고 있다. 그 애를 볼 때마다 나는 아이의 엄마보다 적극적이지 못했을까 부끄러움이 앞선다. 엄마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면 머뭇거리다 아이의 생명을 위협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5000만∼1억원이나 되는 치료비 때문에 아무에게나 탯줄혈액이식을 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환자 중 약 40∼50%가 형제 또는 타인의 골수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는 골수 공여자가 나타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다 세상을 뜬다.

이들에게 탯줄혈액이식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현행 의료법에서 태반 및 탯줄을 적출물로 분류해 소각하도록 돼 있다. 또 탯줄혈액이식은 백혈구항원(HLA)이 꼭 일치하지 않아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현행법에선 HLA가 일치하는 이식수술에 한해 보험을 인정하고 있다. 아무쪼록 빨리 탯줄혈액이식에 대한 법적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길 골수 기증자가 없어서 또는 돈이 없어서 천사가 돼야 하는 어린 생명이 줄어들기바란다.

조빈(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