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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내 말이 정답이야"

입력 | 2001-02-20 18:30:00


30대 후반의 박정준씨. 그는 이번 승진 대상에서 빠져 굉장히 화가 났다. 그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평소 상사들은 그 앞에서 뭐라고 했던가. “당신 같은 브레인이 우리 회사에서 일한다는 건 회사의 자랑”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아닌가.

막상 승진 평가에서는 뭐? “당신은 인간적 면모가 부족해 윗사람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내가 도대체 어떤 면에서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말이다. “난 주어진 일만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고요. 내 나름대로 창의성을 발휘해 성사시킨 프로젝트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직장내 규율도 어긴 적이 없고요. 그런데 대체 뭐가 모자란단 겁니까?”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회의석상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스스로 생각해 능력이 모자란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곤 했다. 대화 도중에도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즉각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면이 있었다. 스스로도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화가 치미는 것을 못참는 경향이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나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실수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사람들에게서 더 잘 나타난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다.

또한 상대방이 자기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표현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여긴다. 그리하여 그 오만과 자긍심에 상처를 입으면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자아기능 중 가장 어려운 것이 현실과 타협하는 능력이다. 다른 의견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능력이 바로 정신적 성숙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모든 일을 내 힘으로, 내 방식대로 처리하며 혼자 잘 살아온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또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 단지 가치관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한다면 자신의 입지만 좁아질 뿐이다. 그는 그걸 몰랐던 것이다.

양창순(신경정신과전문의)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