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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도쿄대 교수된 전농전맹 장애인 후쿠시마 사토시

입력 | 2001-02-20 18:41:00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일본 도쿄대 교수가 됐다.’

일본열도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펼친 주인공은 후쿠시마 사토시(福島智·38) 가나자와대 교육학부 조교수.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는 시력과 청력을 완전히 잃은 그를 4월1일부터 조교수로 초빙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그는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가 신설하는 ‘장애인이 살기 쉬운 환경 만들기’ 연구팀을 맡을 예정이다.

도쿄대에서 이같이 장애가 심한 사람이 교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장애인의 입장에서 첨단과학기술연구나 이를 이용한 사회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베시 출신인 그는 태어나자마자 안구염을 앓기 시작해 세 살 때 오른쪽 눈, 아홉 살 때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그래도 음악도 듣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 그렇게 비관하진 않았다. 그러나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오른쪽 귀가, 고교 2학년 때는 왼쪽 귀마저 들리지 않게 됐다. 그는 “내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져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된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손가락 점자’를 배웠다. 이는 두 사람이 손가락을 겹치고 점자타자기를 두드리는 움직임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 석달 동안 요양한 다음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과 선생님이 손가락 점자로 “기다렸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라며 격려해 줬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바닷속에서 갑자기 빛줄기가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도 사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실천해야 하겠지. 나의 사명은 이런 괴로움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그 후 그는 도쿄도립대 인문학부에 합격해 초등학생들에게 손가락 점자를 가르치는 한편 대학원에 진학해 ‘장애인 커뮤니케이션’ 등 장애아 교육에 몰두했다.

후쿠시마 교수의 연구나 강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일생의 반려이자 통역인 부인 미쓰나리 사와미(光成澤美·31). 수화통역양성학교에서 만난 그에게 “양지에 걸어놓은 모포 같아. 푹신푹신한 게…”라며 프로포즈해 결혼하게 됐다.

그는 시력과 청력은 잃었지만 말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지난해 면접 겸 세미나를 통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연구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일부교수들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버렸다.

교수 임기는 10년 예정.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쿄대 교수나 학생들에게 많은 장애인 친구를 소개하겠다”며 “장애인 고령자를 구별하지 않고 폭넓은 입장에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등 ‘사회적 장애’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