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붓질…3색의 서정…
스타일은 다르지만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3인의 작가가 한 전시에서 함께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연과의 만남을 노련한 서투름의 역설로 표현해온 김병종(48·서울대 교수·한국화), 제주에서의 생활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삶을 펼쳐온 한국화가 이왈종(56), 내면의 고백을 환상적으로
드러내온 서양화가 김원숙(48)3인의 전시인 ‘서울·제주 그리고 뉴욕Ⅱ’전. 21일부터 3월2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조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서 3인은 10∼60호 크기의 그림 10여점씩 모두 30여점을 전시한다.이들 3인의 기획전은 같은 이름으로
99년 11월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갤러리측은 “지난번 전시 때 많은 사람들이 몇 번씩 보러 오는 등 반응이 좋아 두 번째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김병종-숲속의 정경 닥판에 힘차게 담아
80년대 말 이래 계속해오던 ‘생명의 노래’ 연작에서 해학과 천진난만한 아름다움을 그려온 김병종은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탐닉해 왔던 역사 문학적 소재들과 풍부한 색채들을 과감히 생략,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그는 닥판에 먹과 채색으로 숲 속의 나무, 새, 말, 벌레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힘차게 그려내고 있다. 미술평론가 전영백씨(홍익대 겸직교수·미술사)는 “획마다 큰 힘이 들어가고 구성이 역동적이어서 화려한 오페라보다는 무게있고 굵직한 그레고리 성가가 주는 전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이왈종-정답게 다가오는 서귀포의 풍물
서울 생활을 박차고 제주 서귀포로 내려가 초야에 묻힌 이왈종은 그동안 ‘생활 속의 중도’ 연작을 통해 여유로운 서귀포에서의 삶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나무와 꽃과 물고기와 개가 함께 어울려 사는 정다운 서귀포 풍경과 그 속에서의 갖가지 인간 군상, 이를테면 방금 밥상을 물리고 일터로 나서는 사람, 방바닥에 드러누워 한가롭게 책 읽는 사람, TV를 시청하고 있는 부부 등을 담은 그림들을 선보인다.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남녘 생활이 한층 부럽게 느껴진다.
◇뉴욕 김원숙-여성의 무의식세계 감성적 터치
8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김원숙은 여성을 소재로 마음 깊은 곳의 상처와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온 작가. 이번 전시에서도 상처받고 고통받는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한 애틋하고 감성적인 그림들을 선보인다. 우리 여인네들의 고단한 삶이 화폭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02―73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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