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눈(High Noon·52년작)’을 제작한 미국의 명감독 스탠리 크레이머가 19일 지병인 폐렴으로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연예인 전용 병원에서 숨졌다. 향년 87세.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사회적 메시지를 은막에 비춰 온 미국의 원로 감독’이 숨졌다”고 추모했다.
그의 생애 후반부 35년간을 함께 살아온 여배우 출신의 부인 카렌 샤프 크레이머는 남편이 “모든 게 좋아. 이제 잠시 눈을 좀 붙여야겠어”라고 말한 뒤 영면했다고 전했다.
크레이머 감독은 1948년 ‘이것이 뉴욕이다’로 데뷔했으며 78년 ‘러너 스텀블’을 마지막 작품으로 은퇴했다.
그는 불의에 맞서는 한 보안관의 용기를 다룬 ‘하이 눈’ 외에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과 백’(58년), 원자탄 시대의 그늘을 그린 ‘온 더 비치’(59년), 나치의 만행을 다룬 ‘뉘른베르크 재판’(61년) 등을 만들어 냉전시대 미국의 양심을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공로로 그는 62년 아카데미 특별상인 어빙 탈버그상을 받았다.
또 그의 작품들은 80여 차례나 오스카상 각 부문 후보로 지명됐으며 ‘흑과 백’이 이 영화상의 각본상과 촬영상을 받는 등 16차례 오스카상을 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크레이머는 영화에 쏟은 열정과 세계인의 양심에 끼친 영향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위대함을 보인 감독”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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