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당근'을 버리고 '채찍'을 선택했다.
최창양을 마지막으로 재계약대상자 46명과의 협상을 모두 끝낸 삼성의 연봉협상 결과는 구단의 '완승'. 창단 19년만에 처음으로 선수단 전체연봉을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다
'내년에는 잘하라'며 두둑한 연봉을 쥐어주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올시즌 재계약 대상자들의 전체 연봉은 20억3725만원으로 지난해 20억3900만원보다 175만원 줄었다.
수치상 삭감폭은 0.1%에 불과하다. 그러나 99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체 연봉을 40%선까지 인상했던 점을 고려할때 올해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뚝 떨어진다.
김기태 김상진 등 FA선수들 이외의 재계약 대상자 46명중에서 신고선수 2명을 제외한 44명에서 20명만이 인상됐고 5명은 동결, 19명은 삭감됐다.
또한 삼성은 최근 임창용을 비롯해 5명의 연봉 조정 대상자들과의 협상에서 모두 구단 제시액대로 연봉을 하향 조정하고 조정 신청을 취하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일찌감치 구단에 백지위임장을 던졌고,구단의 삭감방침에 전지훈련을 팽개치고 귀국까지 한 임창용은 2000만원 삭감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재력이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삼성은 그동안 '선 보상 후 기대'방침으로 선수단에 풍족한 연봉을 지급했었다. 실력이 엇비슷하더라도 삼성 소속 선수의 연봉은 타 구단보다 높았고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삼성구단은 깨닫기 시작했다. 삼성은 김응룡감독을 영입한후 삼성선수단의 체질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채찍질이 삼성 선수단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