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카드를 부정발급받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카드사에 비상이 걸렸다. 카드를 내준 이상 부정발급 카드로 인한 피해액을 카드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문 카드범죄조직들이 신종 수법을 동원, 명의도용 부정발급과 위 변조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첨단 감시시스템으로 카드범죄에 대응한다〓신용카드는 신청인의 나이와 소득수준 등을 토대로 발급된다. 따라서 신청인의 신용상태가 깨끗하다면 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카드범죄 조직일수록 신청서류가 완벽하기 때문에 심사 단계에서 막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카드사는 말한다.
이에 따라 개발된 방어수단이 인공지능 검색시스템. 카드가 발급되자마자 사용한도에 육박하는 매출이 일어난다든지 60대 노인이 나이트클럽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등 이상 징후를 컴퓨터가 자동 검색, 부정사용자를 추적하는 것. 초기에는 결제요청을 승인해주지 않는 손실예방 차원에서 가동됐으나 지금은 대규모 투자로 단 몇초내 부정사용자의 위치를 파악, 범인을 체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 카드사는 최근 4개월간 130여명의 현행범을 체포하기도 했다.
1월말 행정자치부의 ‘1382 주민등록번호 음성확인 서비스’를 통해 알아낸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부정사용해온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 신종 카드범죄도 카드사의 첨단 감시시스템의 도움으로 뿌리뽑힐 수 있었다. 종로경찰서장은 최근 이같은 공로를 인정, 카드사 조사요원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박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명의도용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카드사 또는 은행 직원을 빙자해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경우 절대로 알려줘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초기 대응이 최선책〓금융기관에 속하는 카드사가 경찰 또는 검찰이 담당할 범인 체포업무에 깊숙이 개입하는 까닭은 손실액을 줄이기 위해서다. 감시시스템이 앞서있다는 삼성카드와 LG캐피탈의 경우 수십억원의 시스템개발비와 30∼50명의 직원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도용으로 인한 부정발급 피해액이 99년 3억원과 2억원에서 지난해 15억원과 12억원으로 5∼6배 증가했다. 전문 범죄조직들이 신종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경찰수사만 믿고 있으면 범인을 체포할 확률이 크게 떨어져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공조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은 BC카드는 첨단 감시시스템 가동 덕분에 연간 500억원 이상을 절감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범죄를 뒤쫓는 업무를 하다 보니 뜻하지 않는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현행범과 격투를 벌이거나 협박전화를 받기도 하며 길을 가다가 봉변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는 것. 이 때문에 각 카드사는 관련직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특별관리해 신변안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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