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이 어떻게 예산으로 이자놀이를 하고, 쓰고 남은 예산을 수백억원이나 모아 선거자금으로 쓸 수 있느냐.”
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에 전달된 안기부 돈이 예산의 불용액과 이자수입이라는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의 국회 답변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21일 이렇게 반문했다. 아무리 정보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예산회계관련 법이나 규정이 있기 때문에 1000억원을 마음대로 임시변통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당시에는 안기부에 수입을 담당하는 예산관과 지출을 맡는 지출관이 따로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예산관과 지출관은 서로 상대업무를 모르게 되어 있어 두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기조실장이 돈을 이리저리 넣고 빼고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21일 “김기섭(金己燮)씨가 기조실장을 할 때까지 예산관과 지출관이 나뉘어 있어 예산 전용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직제가 바뀌어 한 명의 예산담당관이 수입 지출을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안기부는 수천개의 계좌로 자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문제의 돈이 정확히 예산의 불용액과 이자수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