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드러냈던 여군중위 성희롱 사건이 가해자인 사단장이 3개월 정직 징계에 불복, 국방부에 항고장을 제출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의 사단장은 “사건이 왜곡됐다”며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자세인 반면 이모 중위는 현재 군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사단장과 여군 중위간에 있었던 일은 피해 이중위의 어머니가 한국성폭력상담소(www.sisters.or.kr)에 띄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사단장은 앉아있는 제 딸의 앞에 서서 갑자기 입을 맞추고 전화를 받으러 갔습니다.(중략) 사단장이 나간 사이 충격과 두려움으로 눈물을 흘리자 부관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딸이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사단장이 돌아와 다시 딸에게 입을 맞추려는 순간 부관이 휴대전화로 ‘아빠가 널 보러 온다고 말해라’고 알려주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회식이 끝난 후 영문도 모른 채 불려간 사단장 공관에서)
편지에 따르면 그 뒤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는 이중위를 사단장은 수차례 집무실로 불러 무릎에 강제로 앉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도 9∼10차례 입맞춤을 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며 삼남매를 길렀다는 이 어머니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엄마, 사단장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라는 말에 잘못하다가는 제 딸이 쥐도새도 모르게 안전사고로 위장돼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몇 번이나 까무러쳤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중위 어머니의 글은 1만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는 폭발적 관심 속에 군대 내 성희롱 문제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상하는 군대 내 성폭력〓이중위 사건에 대해 현역 및 예비역 여군들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과 상황에서 절대권력의 사단장이 말단 부하장교에게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통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끼게 했고 정상적 업무수행에까지 지장을 초래한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지적했다.
현역 대위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지금도 현직에 있는 모장군이 소위 시절 차 한잔 마시는 자리에서 나와 여자 선배를 양팔에 안고 볼을 비비며 티셔츠 사이에 1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넣어주었다”며 “그때 묘한 기분을 느꼈는데 이런 일은 군대 내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전역한 지 5년이 된다는 한 여성도 “예나 지금이나 군의 분위기는 변한 것이 없다”며 미국에서도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이제 대책이 마련된 정도인데 우리 실정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끝나지 않은 싸움?〓사단장의 항고를 계기로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단장은 “사실이 언론에 과장되게 보도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중위가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사건을 경솔하게 처리했으며 이로 인해 군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동정론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사실에 대한 다툼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전제하고 사단장이 항고함에 따라 이중위가 소송을 낼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최소장은 “피해 여성을 이상한 사람 또는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것 또한 성폭력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아무리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군조직이라 하더라도 직업군대는 국가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중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 경우 3개월 정직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란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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