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가 16, 20일 두 거래일 연속으로 4%이상 폭락하면서 2300선에 다가섰다. 500포인트 남짓의 올 1월 상승폭을 다 까먹고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급락 이유는 노텔네트워크스, 델컴퓨터, 인텔 등 주요 기술주들의 올 1·4분기 실적 악화 전망. S&P500지수에 포함되는 미국 500개 대기업들의 전분기 대비 수익증가율은 작년 3·4분기 17.3%에서 작년 4·4분기 1.5%로 떨어졌다. 4·4분기 전망치가 16.2%였음을 감안하면 기업 수익 악화 속도가 예상을 능가한다. 이런 추세에 가속도가 붙어 올 상반기엔 마이너스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미 증권가에 많다.
경기 악화가 앞으로 주가를 얼마나 더 끌어내릴까. 낙관적으로 보면 실적 악화는 이제 다 반영됐으며 추가 금리인하가 주가 상승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리인하가 실물경제에서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리고 투자 심리로 증시 대세를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많다.
기술주들이 경기 악화에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올 들어 미국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한 여신공여 조건을 강화하면서 담보 여력이 적고 자금 수요는 큰 일부 기술주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 요인 이외에 아직도 제기되는 기술주 고평가론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나스닥지수 구성 기업들의 주가수익배율(PER)은 2월16일 현재 78배로 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었던 작년 3월 380배의 5분의 1 수준. 하지만 다우지수 구성 종목들의 28배, S&P500지수 구성 종목들의 24.5배에 비하면 이것도 여전히 높다는 시각.
전문가들은 나스닥의 중장기 향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라고 본다. 다만 기업실적 발표 시즌은 지나간 이상 이젠 단기적 관점에서 조만간 발표될 거시경제 지표들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한다. 중요한 지표는 △21일(이하 미국시간) 소비자물가지수와 핵심소비자물가지수 △23일 선행지수 △3월2일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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