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1·21 사태 때 공비들과 교전 중 전사한 군 지휘관의 딸이 1·21사태의 원인(遠因)이 된 ‘1960년대 남북한 관계의 변화와 성격’에 관한 논문으로 24일 숙명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논문을 쓴 이명례씨(56)는 당시 청와대 부근까지 침투했다 퇴각하던 공비들의 총격에 전사한 1사단 15연대장 고 이익수 대령(전사후 준장으로 추서)의 딸로 94년 같은 대학에서 ‘1·21사태의 배경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사적 상처와 학문적 관심사가 합쳐져 1·21사태의 배경 분석에서 출발한 연구가 결국 60년대 남북관계의 총체적 분석으로까지 이어진 보기드문 경우다.
“60년 4·19혁명을 계기로 북한은 두 가지 새로운 인식에 이르렀습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지원하는 이승만 반공정부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과 노동자 농민 외에 학생도 혁명의 중심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북한은 이후 적극적인 무력통일정책으로 대남전략을 전환했고, 빨치산 출신의 강경 군인세력이 우위를 점해 갔지요. 이런 추세가 1·21사태나 삼척 울진 사태 등에서 정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씨는 부친의 부하장교로 전역 후 옛 상관의 집을 자주 방문해 위로해주던 김진태씨(57·현 제일은행 상무이사 겸 감사)와 69년 결혼했다. 86년 뒤늦게 방통대 국문학과에 진학했고, 91년 숙명여대 대학원 한국사학과에 합격했다.
이씨는 “주부만학도의 신분으로, 입구에 들어섰을 때 끝도 보이지 않던 긴 터널의 출구에 마침내 도달한 느낌”이라며 “최근 서울 흑석동 국립묘지 장군묘역을 방문해 아버지 영전에 박사학위 논문을 바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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