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신동희씨의 '생활속 노하우'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환경교육. 많은 학부모들이 ‘당연히 해야지’라는 원칙에만 공감할뿐, 영어나 음악학원에 보내는 것만큼 시급한 필요성이나 동기부여는 못 느끼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한국의 환경지속지수가 122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인 95위로 밝혀진 것도 ‘생활 속의 환경교육’ 부재를 원인으로 손꼽는 이가 많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신동희 연구원(33)은 “환경교육이야말로 ‘보살핌의 윤리(Ethics of Care)’를 체득하게 함으로써 자녀들의 감성지수 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절약교육’ ‘건강’과도 일맥상통하는 실용성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신씨는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서 환경교육학을 전공한 신세대 환경운동가로 요즘은 유치원생인 아들 신원하군(7)을 ‘환경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가르치는 중이다.
▽‘보살핌의 윤리’를 느끼도록
신씨는 올 초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얻었다. 유치원생 10명, 초등학생 10명을 상대로 심층면접기법을 통해 ‘화분에 물을 준 적이 있는가’를 물었다.
유치원생들은 남녀가 엇비슷한 비율로 준 적이 있다거나 아예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지만 초등학생은 달랐다. 여자아이 5명은 모두 물을 주었지만 남자아이가 물을 준 경우는 5명 중 1건에 불과했다.
최근 주목받는 여성생태학(Ecofeminism)자들의 주장처럼 ‘남자는 자연을 가꾸지 않고 지배할 뿐’이라는 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대목. 바꿔 말하면 ‘화분에 물주기’만으로 아이는 만지고 보듬는 감정과 사상에 익숙해지며 이미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자연을 무책임하게 훼손할 염려가 적다.
▽절약과 건강을 위해
부모들도 그렇지만 아이에게 ‘환경’처럼 추상적이고 거창하게 다가오는 개념은 없다는 게 신씨의 경험담. 몇가지 필요한 생활습관들을 터득토록 하면 자연스레 환경운동이 되는 셈이다. 세탁기 헹군 물을 받아 다시 쓰는 것, 합성세제를 적게 사용하는 것, 아이에게 천기저귀를 채우는 것, 자가용 사용을 절제하는 것, 일회용품 적게쓰기, 인스턴트식품 적게먹기 등을 평소에 부모가 생활화하면 아이는 자연히 모방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종이 신문 우유팩 정도만 분리해 모으게 해도 버릇들이기에는 매우 유익하다. “오늘 먹은 우유팩을 펴서 말렸다”처럼 하루에 한 문장 정도씩이라도 일기에 덧붙인 ‘환경일지’를 작성토록 하는 것도 좋다.
▽자연과 자주 마주치도록
자녀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줄수록 환경을 보호하려는 심리는 자연스레 조성된다. 토끼풀 아카시아 정도를 빼놓고는 다른 식물의 이름조차 모르는 요즘아이들을 생각하면 필수적이기까지 하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한 각종 자연체험캠프를 자주 이용하는 게 첫번째. 굳이 ‘멋있는 자연’에 대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날씨 좋은 봄날 한강둔치 정도면 펼쳐진 강이며 풀이며 벌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애들이 보고 만지는 것에 재미를 붙일 때쯤이면 효과적으로 환경교육과 감성교육이 이루어질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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