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구석구석을 뒤져 찾아낸 안나 비니의 입구는 길모퉁이의 조그만 쪽문이었다. 청담동의 다른 카페와 레스토랑의 으리으리하고 커다란 간판이 붙은 삐까뻔쩍한 문을 상상한 것이 큰 실수.
작은 화분이 놓여 있고 꽃과 풀들로 장식 된 문이 이국의 가정집을 방문하는 기분이었다.
소담스런 꽃들로 장식 된 문으로 들어서자 빵을 굽고 있는 모습과 꽃들과 수족관이 보였다. '아차...뒷문으로 들어 왔구나' 싶어 나가려다가 빵을 굽는 아저씨께 정문을 물었더니 입구는 이 곳 한 군데뿐이란다.
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요리사 아저씨들이 고개를 쭈욱 내밀어 인사를 했다. 당황한 필자. 머뭇머뭇 '지배인님은 어디 계신가요?'
역시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나리라 예상했던 지배인은 팔을 걷어 부친 와이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뭔가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이 곳에 대한 의문은 지배인을 만나면서 슬슬 풀렸다.
귀족적이며 우아한 발레리나의 이름 같던 안나 비니는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유명한 요리사 할머니 이름.
레스토랑의 입구에 있던 빵을 굽는 곳과 수족관은 매일 새로 굽는 빵과 매일 들여오는 신선한 해산물의 보관 장소였던 것이다. 지하 창고에만 보관되는 줄 알았던 재료와 빵을 굽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재료에 대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계단 위에 있는 주방도 마찬가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을 직접 볼 수 있게 오픈 되어 있다.
꽃은 희귀 종으로 값이 무척 비싸지만 특별한 날의 선물로 인기도 있고 찾아오는 고객에게 눈요기거리로도 적당하다. 이렇듯 기존의 레스토랑의 개념을 깨는 안나 비니는 이태리 시골농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로 투박하고 소담스런 레스토랑을 만들고자 한 거라고 한다.
식당을 휘휘 둘러보니 갖가지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 투박한 나무식탁까지 이태리 시골농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나 비니에서 고급레스토랑의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편안하고 격식 없는 시골 농가의 식사를 상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2층과 3층에 식당이 있는데 2층은 단체석과 야외테라스가 있고 3층은 작은 방으로 나뉘어져 있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2층에 있는 테라스엔 작은 분수대와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그릴이 있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어 분위기도 좋다.
겨울엔 테이블마다 난로가 설치되고 무릎덮개도 주기 때문에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이면 인기라고 한다.
CF촬영과 '멋진 만남'의 촬영장소로 유명하고 거의 모든 잡지 촬영 스케줄이 잡혀져 있다고 한다. 그 만큼 멋지고 산뜻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안나 비니는 장소도 훌륭하지만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고급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매일 장을 보는 것은 기본이며 그날 재료는 그날 다 소화한다는 게 원칙이다. 또 한달에 한 번 씩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고 재료에 따라 그 날의 메뉴가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인기메뉴로는 신선한 야채와 특유의 소스를 넣은 샐러드와 랍스타스파게티, 토스카니식 전통 파스타, 호박꽃과 길게 썬 소고기전이 있다. 예약은 필수이고 시간을 맞춰 가야식사를 할 수 있다.
◇위 치
갤러리아 명품관 한국주단 골목으로 50m들어가다 왼편 첫 번째 골목
◇버 스
키네마극장앞
일반 11,21,63-1,78-1,77-1
좌석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