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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누더기 국토' 새만금 판교 개발-유보 갈팡질팡

입력 | 2001-02-22 18:27:00


푸른 산야를 뭉개고 들어선 뒤 공해에 시달리는 아파트 숲, 수천억원을 퍼붓고도 썩은 물만 만드는 간척사업….

지난해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로 엉망개발 광풍(狂風)이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올 들어 다시 곳곳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화호와 새만금 간척사업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국토만 망가뜨린 채 실패로 끝나거나 존폐 시비에 휘말려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국토 관리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정책 실패해도 책임 안져▼

시화호 담수화 포기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잘못된 정책, 실패한 정책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새만금 사업의 경우 총리실은 사업 강행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으나 3월말로 발표를 미루는 등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판교 개발 문제와 관련, 건설교통부는 “그냥 놔두면 오히려 엉망개발의 온상이 될 것”이라며 개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이 없다며 집단 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부의 국토 정책은 신뢰의 위기에 빠져있다.

▼관련기사▼

- 정치권 한마디에 국책사업 '덜컥'

정부도 99년부터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했으며 지난해 마구잡이개발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준농림지를 없애기로 하고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강화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마련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면서 “나아가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건교부 산하 국책연구원 A박사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쓸데없는 사업을 벌이기도 하고 필요한 사업이 지연되기도 하는 ‘검은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법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지역구 의식 특별법 남발▼

정부 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도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와 건설업계의 로비를 받아 무조건 개발을 앞세운 수많은 특별법을 제정하는데 ‘거시적 계획’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徐旺鎭)사무처장은 “토지공사 주택공사 농업기반공사 수자원공사 등 각종 ‘개발’ 관련 공사가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경쟁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도 마구잡이 개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토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적어도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토지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해 개발권을 국유화하거나 ‘선계획 후개발’ 원칙을 적용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