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행정부 외교안보팀들은 저마다 나서서 클린턴 행정부는 북조선에 끌려 다니기만 하고 주기만 했다느니, 새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와 다르게 ‘관여정책’을 시행하겠다느니, ‘조건부적이며 철저한 호상성’을 추구할 것이라느니 하면서 우리에 대한 ‘강경자세’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다.
만약 이것이 우리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정식 답장으로 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기 조―미 쌍방은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과 뉴욕 조―미 공동 코뮈니케 등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쌍방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서로의 우려를 해결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조건부’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먼저 완전 무장해제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접수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것이다.
미국이 적대관계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행동조치를 통하여 우리 자체의 안전이 위협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할 때 우리도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결해 줄 수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호상성’에 대해 말한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우리에게 공짜로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손해만 보아왔다.
조―미 기본합의문만 보더라도 우리는 지금까지 전기생산용 핵시설을 동결하고 있지만 미국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우리에게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 2003년까지 완공하게 돼 있는 경수로 건설이 막연하게 되고 지난해 10월22일부터 시작된 새 회계연도 중유 제공 일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처럼 기본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이상 거기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의 위성발사가 평화적 목적의 과학기술 개발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의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대리발사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미사일 수출은 외화보상이 담보되면 수출을 중지할 수 있다는 타당한 제안도 여러차례 제기했다.
그런데 미국의 새 행정부는 이에 대해 심중하게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조―미 사이에 어떤 합의도 없는 만큼 이제 우리는 이전 행정부 시기에 내놓은 미사일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제안에 구태여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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