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감독의 「클럽 버터플라이」는 `스와핑'이란 생경하면서도 이색적인, 혹은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부부 합의하에 짝을 맞바꿔 섹스를 즐긴다는 `스와핑'을 충무로에서는 처음으로 스크린에 전시(展示)한 영화다. 이 때문에 관습과 금기의 벽을 넘나드는 인간의 내밀한 성적(性的) 욕망이 영상에 한껏 녹아 있다.
부부가 합의해 쾌락을 추구하는 `성 혁명'인지, 섹스 중독자들의 문란한 `성 행위'인지 국내관객들의 답변을 구하듯 화두를 던지는 이 영화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둔 30대 부부의 섹스트러블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맞벌이를 하는 혁(김영호)과 경(아니타.본명 김선영)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등으로 이른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하느라 법석을 떨 때를 제외하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제각각의 일상에 바쁘다.
반면 매사에 완벽한 혁의 직장상사이자 친구인 우(윤동화)와 그의 아내 숙(김현희)은 혁 부부와는 달리 성에 관한 `고답적인' 가치관을 벗어던지고 정기적으로 다른 부부와 섹스를 즐기고 있다.
친구부부의 원만한 결혼생활을 부러워하는 혁과 경 부부는 `스와핑'이 섹스트러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듣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스와핑 클럽에 초청한다는 e-메일을 잇따라 받으면서 번민에 빠져든다.
원만한 결혼생활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져놓고 스와핑이란 충격요법을 처방으로 제시하려는 듯 영화의 상당부분은 스와핑에 응하기까지 이들 부부의 방황과 고민을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과 혁 부부가 스와핑 모임인 `클럽 버터플라이'에서 빠져나와 안개 속으로 멀어져가는 장면에서 엔딩자막을 처리해 성적 욕망과 부부애, 가족애 등에 관해 다양한 상상을 가능케 했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이색적인 소재를 내세워 성에 대한 부부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영상에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10년이상 충무로에서 연출부 생활을 하다 이 작품으로 늦깎이 데뷔한 김 감독은 "현대인의 일탈을 다루고 싶었다"면서 "`스와핑'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혼돈의 미학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섹스가 그렇게 중요하냐'며 친구에게 핀잔을 주던 경이 후반부에 섹스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또한 상영시간의 상당부분을 채우고 있는 정사장면에 대해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주로 조연배우로 활동해온 김영호와 스크린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모델출신 김선영, 역시 신인인 김현희와 탤런트 윤동환의 상반된 캐릭터 연기는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지난 99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시네락픽쳐스(대표 권영락) 제작. 3월3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