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석의 힘.’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의 ‘3당 정책연합’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여권’ 3당은 “지난해 총선 이후 숙원이었던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고, 한나라당은 “인위적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정책연합의 의미〓민국당은 의석이 2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이다. 하지만 그 2석의 추가는 많은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여야간 힘의 균형이 깨지고 근소하나마 여권이 과반수를 채우게 됐다. 민국당의 여권 내 편입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포위하는 ‘반창(反昌) 연대’의 가시화를 뜻하며, 이는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는 “소수끼리 정국을 이끌고 가다 보면 정권 창출도 같이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해 정책연합이 단순한 ‘수의 합산’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민국당의 주류인 영남권이 여권에 편입됨으로써 여권의 ‘영남 교두보’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의 서곡인가〓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만났다. 그런데 뭐 그런 일을 갖고 난리들이야. 앞으로 더 큰 일도 많을 텐데”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정가에서는 김명예총재가 말한 ‘더 큰 일’이 정책연합을 떠나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부를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여권 내에서는 민국당의 여권 합류를 ‘정계개편의 서곡’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많다. 정계개편의 발화점(發火點)은 ‘중임제 및 부통령제 도입을 위한 개헌’이고 그 시기는 3, 4월경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개헌을 지지하는 점(點)들은 산재한 상황이지만 아직 이 점들을 이을 선(線)은 완성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당 반응〓한나라당은 3당 정책연합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여권이 ‘강한 여당, 강한 정부’를 얘기하면서 ‘2여(與)+민국당’ 협력체제를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언제는 (3당이) 공조하지 않았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이총재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도 썩 관계가 좋지 않은데 자칫하면 정국구도가 지금까지의 ‘DJ대 반(反)DJ 구도’에서 ‘이회창 대 반 이회창 구도’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민주당은 3당간 정책연합을 적극 환영했다.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안정적 정국운영과 경제회생을 위해 정책공조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도 “과반수가 절실한데 민국당과의 공조를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이를 반기면서 “앞으로 민국당과 민주당―자민련간에 진지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연합의 틀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yyc11@donga.com
3당 정책연합에 따른 국회 의석 변화
-
범 여 권
무소속
한나라당
정 당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3
133
의석수
115
20
2
총 계
137
3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