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첫 머리는 목관 악기의 낮은 음이 노래하는 탄식하는 듯한 선율로 시작된다.
그 인상깊은 소리는 어떤 악기가 만들어내는 걸까? 이 악기는 프로코피에프의 관현악곡 ‘피터와 늑대’에서 사람처럼 한 배역을 떠맡는다. 심술궂고 불평이 많은 할아버지 역이다.
목관악기 중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이 악기는 바로 ‘바순’이다. ‘파곳’이라고도 불린다. 관현악 연주회에서 청중들이 흔히 ‘무반동총’이라고 농담하는, 연주자 머리 위로 불쑥 튀어나오는 긴 악기가 그것이다.
바순 연주자들이 지난해 11월 결성한 한국바순협회(회장 남관우)가 창립연주회를 갖는다. 25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서울시향 수석주자인 이재열이 지휘를 맡는다.
연주곡은 비발디 ‘바순 4중주를 위한 콘체르토 그로소’, 드레퓌스 ‘여우 세바스찬의 모험’, 야곱 ‘전주, 푸가와 스케르초’ 등. ‘선라이즈 선셋’ ‘예스터데이’등 귀에 익은 선율도 선보인다. 4중주, 6중주, 8중주 등 바순으로만 꾸미는 앙상블이 독특한 묘미를 자아낼 듯 하다.
서울대 음대 신입생인 신예주자 김은오는 모차르트의 협주곡 B플랫장조중 2악장을 협연한다. 관현악부는 물론 다른 바순 주자들의 앙상블이 대신한다.
바순은 낮고 중후하며 때로 고집스러운 인상으로 다가오지만 호두 속살 맛처럼 고소한 특유의 목질(木質)음색을 갖고 있어 오래 듣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악기로 꼽힌다.
바순협회는 앞으로 지방 순회연주 등을 통해 바순 애호인구를 늘리는 한편, 올 여름 바순여름음악캠프를 개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1만원. 02―584―5503, 02―581―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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