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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만의 종교이야기]흐르는 강에 마음 씻기

입력 | 2001-02-22 18:45:00


지난 21일까지 인도북부 알라하바드를 중심으로 42일 동안 열렸던 쿰브멜라 순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집회로 유명하다. 게다가 유구한 역사도 자랑할 만하다. 불교 경전을 얻기 위해 인도까지 머나먼 여행을 했던 당나라의 현장도 이 순례 행사에 대해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다.

◇수천만명 갠지스강 순례

12년마다 열리는 이 순례가 시작되면 평소 백 만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알라하바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로 바뀌게 된다.

1989년 행사가 절정이었을 때 하루에만 1500 만명이 모였으며, 이번에는 그 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교와 신분의 차이에 상관없이 순례에 참여하며, 또 이들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과 보도진이 모여든다.

순례객의 목표는 바로 성스런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다. 순례기간 동안 알라하바드를 비롯한 상서롭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그게 되면, 모든 죄와 사악함을 씻을 수 있다고 순례객들은 믿는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강물은 해와 달, 그리고 금성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으로 충만해 있으며, 놀랄 만한 치료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곳의 강물이 놀라운 치유력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인도의 신화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고 있다. 두르바사라는 현인이 인드라 신을 방문해 시들지 않는 화환을 바치지만 인드라 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아 그만 화환은 코끼리의 발밑에 으깨지고 만다.

화가 난 두르바사는 인드라에게 저주를 내리고 그의 모든 힘과 재산을 몰수한다. 이 틈을 타서 악마들이 인드라를 공격한다.

이에 비쉬누 신은 인드라 신에게 ‘암리타’라는 신성한 즙을 얻으면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이 즙을 얻기 위한 경쟁이 신들과 악마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결국 신들이 신성한 즙이 담긴 그릇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그릇을 천상으로 운반해 가는 도중에 악마가 이를 빼앗으려고 하면서 네 군데로 이 신성한 즙이 흐른다. 알라하바드가 바로 그 중의 한 곳이라는 것이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알라하바드의 갠지스 강물은 시체로 오염되고 더럽기 그지없기 때문에 이 강물에 대한 순례객의 열광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마음의 더러움 먼저 봐야

그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네 머리 속에 모셔져 있던 온갖 과학적 위생 지식이 떠오르게 마련이고, 이를 알지 못하는 ‘그들’의 무지에 고개를 가로 젓게 된다. 아무리 순례객이 별들의 신비로운 영향력과 신성한 즙 ‘암리타’의 신화를 역설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비과학적이고 비위생적인 ‘미신’으로 치부해 버린다.

우리는 점성술과 신화보다 세균 가득한 갠지스 강물의 더러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근대적 위생법의 더러움만을 아는 자가 자기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더러움은 못 보기 십상이다. 쿰부멜라 순례객의 갠지스강에서 더러운 물만을 보는 자는 무엇보다 우선 자기 마음의 더러움을 씻어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