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 미국경제는 오일쇼크와 9%대에 이르는 실업률로 큰 홍역을 치뤘다. 유가상승으로 물가는 끝없이 올랐지만 경기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실업자가 늘어갔다.
이른바 물가상승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와 이번 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의 예상 밖 급등세는 경기둔화의 우려와 함께 인플레의 우려마저 낳고 있어 미국경제가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이 같은 주장의 논거를 소개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부정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도매물가가 1.1%나 급등했으며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물가지수도 99년의 2%에서 지난해에는 2.6%로 오름 폭이 확대된 것을 꾸준한 물가상승경향의 증거로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증거도 있다. 지난 달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업체의 3분의 1이 비용상승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던 트러스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폴 카스리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를 주장하고 있지만 70년대의 그것보다는 정도가 덜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근거로 에너지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연준리(FRB)의 과도한 통화공급을 들었다.
△에너지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신경제가 물가상승의 압력을 생산성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경제의 에너지가격은 이를 부정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에너지가격을 제외하고 인플레이션을 보려하지만 에너지가격은 최근 2년 사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 동안 많은 미국의 에너지공급업자들이 정련과 시추사업에 투자를 게을리 했으며 대체에너지개발에도 소홀한 탓이다.
△FRB의 과도한 통화공급-FRB의 통화량확대정책으로 과거 13주 동안 은행예금과 시중자금의 총량이 11.8%나 증가해 0∼5%정도인 통화량의 증가세를 웃돌았다. 이는 1990년대 초반상황과 유사한 모습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여분의 자금이 물가상승 없이 소비수요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에너지가격의 인상이 동반될 경우 소비자의 구매력을 감소시켜 실물경제성장보다는 물가상승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 주장에 동의한다. 그린스펀 의장도 지난번 청문회에서 "에너지비용의 증가가 광범위한 인플레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바 있다.
또한 천연가스가격의 급등세가 지난 주 발표된 1월의 도매물가상승에 일조 했지만 이후 가격이 반토막 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인플레우려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산업장비 생산회사인 밀라드 메탈 서비스에서 조달을 책임지고 있는 린 헤델은"에너지가격의 상승보다는 세계화가 조달업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로 인해 브라질, 일본, 한국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다 싼 가격에 자본재를 조달 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효과가 에너지가격의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제의 신봉자인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도 "지난 해 금값이 16%나 떨어졌고 제조업자들도 경기둔화를 대비해 80%의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병희amdg3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