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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그곳/음식점]수제비 한 그릇, 정성 한 그릇

입력 | 2001-02-23 11:18:00


삐까번쩍한 식당들이 즐비하고, 신세대 취향을 맞춘 퓨전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요즈음, 이곳 삼청동엔 건물이 낡고, 테이블이 세련되지 못해도 점심나절이면 엄청난 손을 불러모으는 수제비 집이 있다. 'MBS 오늘의 요리' 'SBS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 등 이미 여러 메스컴을 탈 정도로 삼청동수제비 집의 명성은 자자하다.

이제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져 우리들의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사장님은 처음엔 식당 일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맛있는 수제비를 만들고싶다는 욕심이 생겨 고민도 많이 했었다고.

다시마, 멸치를 푹 끓여 충분히 우려낸 시원한 국물에 버섯, 당근, 호박, 양파 같은 야채와 해물이 한데 어우러져 수제비의 맛을 한층 더 돋구어 준다.

특히 이곳의 수제비는 다 먹을 때까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자랑거리. 그 비결을 물으니 반죽할 때 글루텐의 점성이 충분히 베어 나오도록 장시간 쳐댄다고 하니 수제비 한 그릇 만드는데 들어가는 정성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두 사람 이상일 때는 쉬이 식지 말라고 오지 항아리에 담아서 내온다. 20년 이상 단골이었다는 한 손님은 항아리에서 떠먹는 것이 재미있고, 시골에서 먹던 김치 맛 때문에 자꾸 찾아 오게 된다고 말한다.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맛을 보고 간다는데, 특히 일본 손님들이다 먹고 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아주 맛있다고 한단다.

찹쌀가루를 새알심처럼 만들어 끓여내는 찹쌀 수제비 또한 그 맛이 독특해서 많은 손님들이 찾는 인기 있는 메뉴라고 적극 추천했다.

식당이 협소해 손님들이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 여서 95년에 뒷집을 사서 크게 늘린 후 주방도 현대식으로 개조하였으나 맛만큼은 결코 현대화하는 일이 없이 예전 맛을 굳세게 지키고 있다.

'가난한 젊은 연인들이나 돈 없는 하숙생, 자취생들이 밤늦게 찾아와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난 후 돈이 없어 뒤통수만 긁적거리다 한달 후나 두달 후 천원 짜리 몇 장 가져왔을 때가 가장 기뻤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소박함이 흐르는 삼청동 수제비집 사장님의 말씀에서 손님을 한가족 처럼 대하고 정성으로 마주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여느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하게 바래진 구수한 맛과 인간적인 정겨움이 이곳 삼청동 수제비 집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위 치

경북궁 옆 프랑스문화관을 지나 삼청공원 쪽으로 쭉 걸어 올라가다 보면 동사무소가 나오는데 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