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연하 남편과 살아보니…
우줄라 리히터 지음 박혜수 옮김
228쪽 7500원 친구미디어
“그 집은 여자가 연상이래.” (비정상이지 않니?) “그 여자 좋겠다.” (여자는 매사에 남자 말을 따르는 게 당연한데, 그 집은 여자가 나이를 무기로 우위에 서겠다는 거 아냐. 뻔뻔스럽게.) “남자가 착하대.” (모자라는 녀석. 왜 뻔한 손해를 볼까.) “가족들은 찬성했대?” (주위의 반대에 맞닥뜨리는 게 당연하지.)
아빠는 엄마보다 나이가 많다. 실제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고, 동서양의 동화며 소설들이 이상적인 모델로 제시하는 바도 그렇다. 그러나 왜?
여자의 평균수명이 더 긴 만큼, 남자가 더 어려야 이상적인 커플이 되는 것은 아닐까?
독일 출신 사회학자인 저자는 ‘연상 남자가 정상’이라는 신화를 남자의 지배욕구에 따라 분석하고, 그 ‘정상’의 신화를 깸으로써 ‘연하남―연상녀’ 커플들에 대한 격려를 펼친다.
그에게 ‘남자의 나이가 많아야 된다’는 암묵적 합의는 남자의 권력욕을 지탱하기 위한 전략에 다름아니다. 그것이 당연하거나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여지는 한, 성숙된 두 인격 사이의 평등한 관계는 없다는 것.
‘지배하는 파트너’로서 남성의 지위를 포기할 때 두 사람은 한층 완전한 이해에 다다르게 되고, 연상―연하의 계산도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원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나이 역전(逆轉)’ 커플이 갖는 갖가지 문제점에 대해 자상한 카운슬링 가이드도 겸하고 있다.
나이역전 커플은 흔히 상대방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세대의 갭을 갖고 있는 연상녀나 연하남 혼자 ‘개밥의 도토리’ 격으로 소외되기 일쑤기 때문. 대개 나이먹은 여자가 더 상처입기 쉽다. 마음의 준비와 함께 평범한 커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문.
“엄마보다 어린 아버지가 남자로서 아이에게 역할모델이 될까?”라는 주변의 걱정도 있을 법하다. 저자는 “남녀의 권력관계가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부모보다, 평등하게 매사를 의논하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훨씬 바람직한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 ‘유럽이니까…’라는 이질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대부분의 가족사진에서 아빠는 엄마를 높은 위치에서 감싸안듯 포즈를 취한다. 아내를 소유한다는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의식의 발로’ 차원을 넘어선 가부장적 제도와 행위들이 곳곳에 상존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연상 관계’를 여성이 다섯 살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5년 이상의 차이가 나야 ‘세대차’의 문제까지 함께 동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59)는 실제로 13년 연하의 남편을 두고 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