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은 개선 아닌 창조
모방-효율만으론 1등 못해
마이클 포터 김경묵 김연성 옮김
516쪽 2만원 세종연구원
경영 전략 분야에서 마이클 포터 교수는 하나의 브랜드다. 1980년대 그의 전략 이론은 학계 뿐만 아니라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가 창안한 산업구조분석, 본원적 전략, 가치 사슬 등의 개념은 지금도 전략 분야의 핵심 주제들이다. 포터의 이론은 기업 전략에서 출발했지만 글로벌 전략과 국가경쟁력 분야까지 확장되었으며, 환경, 도시 빈곤, 의료 문제 등 사회적 이슈들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년간 포터 교수의 연구 업적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의 연구 내용과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보았다. 책에 소개된 그의 이론 중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것들은 없지만 우리 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가장 시사점이 많은 내용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전략에 대한 경영자들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품질관리, 벤치마킹, 아웃소싱, 제휴, 리엔지니어링 등을 마치 전략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활동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영 프로세스를 경쟁자에 비해 개선하는 운영의 효율성 제고에 불과하지 결코 전략은 아니다. 전략은 경쟁자와 차별화된 나만의 독특한 경영 활동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다.
포터는 80년대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가 90년대 들어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에 뒤지는 근본 원인을 일본 기업의 전략 부재에서 찾고 있다. 소니, 캐논, 세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업을 창조하기 보다는 주로 선도 기업의 모방과 효율 개선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둘째, 경쟁자 혹은 경쟁의 영역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흔히 경영자들은 자신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들만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경쟁자 외에 호시탐탐 사업 진출을 노리는 잠재적 경쟁자나 원재료나 부품을 제공하고 완제품을 구입하는 공급자와 구매자도 언제든지 경쟁자로 부각될 수 있다. 특히 기술이 급변하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자신의 사업 기반을 송두리채 무너뜨릴 수 있는 대체품의 출현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포터는 기업의 다각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대기업들은 그 동안 사업간의 핵심 역량 공유나 시너지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기 보다는 정부 정책이나 경쟁사 동향, 심지어 오너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 사업을 전개했기 때문에 그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 사업과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디즈니나 3M의 성공 사례처럼 이제 우리 기업들도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CEO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톨릭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