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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 report]이동국-설기현의 생존법

입력 | 2001-02-25 18:32:00

허정무씨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베르더 브레멘의 독일 분데스리가(프로축구 1부리그) 후기리그 경기가 열린 25일 프랑크푸르트 발트스타디움.

이동국이 소속된 브레멘이 전반전을 1―0으로 앞서나간데다 후반 들어 이동국이 부지런히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여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다. 브레멘의 샤프 감독이 후반 들어 수비를 두껍게 세우면서 활동 반경이 넓은 캐나다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스탈테리를 교체투입하는 바람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만난 이동국은 밝은 얼굴이었지만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처음 유럽에 왔을 때 몸만 풀다 버스에 오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기가 죽으면 안 된다. 한국에서처럼 처음부터 ‘왕자 대우’를 해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니 강하게 마음먹고 이겨내야 한다”며 하루빨리 팀 문화에 적응하고 동료들과 친해질 것을 당부했다.

이번 유럽축구 탐방에서 느낀 점은 한국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럽축구의 수준은 기본기 개인능력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이동국의 팀 내 라이벌인 아일톤과 피사로도 높은 벽임에 틀림이 없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리즈 유나이티드와 안더레흐트의 경기를 관전한 후 앤트워프의 설기현을 만났다. 설기현은 비록 팀은 약체지만 팀 내에서 인정도 받고 주전으로서의 위치도 굳힌 상태다.

그래도 설기현의 말 중엔 언뜻 언뜻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에게 현지의 말을 빨리 배우라고 조언했다. 사실 외국에서 뛰게 되면 가장 큰 문제가 외로움이다. 말이 안 통하다보니 동료들과 거리도 멀어지고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기할 때보다 생활할 때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말이 안되면 손짓 발짓으로라도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