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 덩치가 남산만한 외국인 세 명이 용케도 자리를 잡고 앉아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두 명은 나란히, 한 명은 맞은편이었다.
어렵사리 귀에 들려오는 단어를 통해 미뤄볼 때 전날 밤 ‘한 잔’이 주제인 것 같았다. 간혹 ‘f’로 시작되는 거친 말들도 섞여 있었다.
몸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도 마음씨 좋은 승객들은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이들 사이를 가로막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치지 않는 ‘소음’에 얼굴이 펴지질 않았다.
그들의 바로 옆에 있던 중학생 두 명이 말했다.
“야. 좀 조용히 시켜라.”
“네가 해.”
“아냐. 나보다 네가 영어 더 잘 하잖아.”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쪽이 친구에게 떠밀려 마지못해 외국인들 앞으로 다가섰다. 뭐라고 할까 한참을 망설이다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Excuse me(실례합니다).”
“….”
“What time is it now?(지금 몇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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