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 다저스의 간판스타인 게리 세필드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일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까지의 외신내용을 살펴보면 세필드는 트레이드 요구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먼저 언론에 퍼트린 다저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다저스 역시 팀워크를 해치는 세필드에 대해 어떻게든 트레이드 시키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은 이렇듯 다저스와 세필드 사이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양상을 보여 어떤 결말이 나든지 세필드가 다저스에 계속 남아있을 확률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LA 다저스는 팀의 실질적인 간판타자인 세필드가 빠진 라인업으로 올시즌을 이끌고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세필드에 대한 트레이드가 성사된다면 세필드 자리를 대신한 누군가가 오겠지만 특급타자가 오지않는 이상 지난 시즌 세필드가 팀타선에 미쳤던 영향력만큼 다저스 타선을 리드해 나가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렇다면 세필드는 어떤 선수인지 세필드의 양력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1968년생으로 올해 32살인 세필드는 플로리다 태생으로 1986년 드래프트에서 밀워키에 의해 1라운드로 지명됐고 2년 뒤인 1988시즌에는 불과 20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승격될만큼 데뷔초기에는 대단한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1992년 샌디에이고 시절, 0.330의 타율을 기록하며 당시 최연소(23살 - 후에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의해 깨어짐)의 나이로 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그 이듬해인 1993년 트레버 호프만 등과 맞트레이드되어 신생팀이자 고향인 플로리다로 이적한다.
1996년 42홈런, 120타점을 기록, 각각 리그 2위를 차지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음한 세필드는 그 이듬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플로리다가 창단 5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998년 세기의 트레이드로 화제를 뿌리며 마이크 피아자 등과 맞트레이드 되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세필드는 1999년 3할, 100타점, 10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2000시즌에는 캐리어 최고인 43홈런과 함께 0.325, 109타점을 기록, 다저스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통산 6회 올스타 선정, 통산 타율 0.293, 통산 홈런 279개, 통산 출루율 0.397 등 기록이 말해주듯이 세필드는 정확한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 그리고 파워를 동시에 갖춘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만큼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최고의 타자 중 한사람으로 인정받는 세필드인만큼 다저스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이미 팀내에서 부동의 중심타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성적외적인 부분에서도 팀의 리더로서 탁월한 리더쉽을 발휘해 팀을 이끌어나가는 역할까지 감안한다면 세필드가 없는 다저스 타선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이제 좀 더 나아가서 세필드가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타자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세필드의 최대 장점은 파워히터이면서도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타자라는 점이다. 이 점은 세필드가 전성기의 기량을 선보인 96년 이후의 기록을 살펴보면 한눈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연도 홈런 타점 볼넷 삼진 타율 출루율 장타율
1996 42개 120점 142개 66개 .314 0.465 0.624
1997 21개 71점 121개 79개 .251 0.424 0.446
1998 22개 85점 95개 46개 .302 0.428 0.524
1999 34개 101점 101개 64개 .301 0.407 0.523
2000 43개 109점 101개 71개 .325 0.438 0.643
세필드는 5년동안 매년 평균 32홈런, 95타점 이상을 기록했고 타율도 97년을 제외하고 매년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도 잠시 부진에 빠졌던 97년을 제외하면 더욱 더 좋은 수치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며 99년과 2000시즌의 기록만 놓고 본다면 메이저리그 어느 타자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필드의 기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이 바로 볼넷 숫자이다.
42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96시즌에 그는 캐리어 최고인 142개의 볼넷을 얻어냈고 99시즌 이후 30-40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장타력을 과시하면서도 100개 이상의 볼넷을 얻어낼 정도로 탁월한 선구안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홈런타자들이 홈런수와 비례해서 많은 삼진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지만 매년 30-4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도 볼넷 수의 절반도 안되는 삼진 숫자는 세필드가 얼마나 효율적인 타자인지를 증명해 주는 사례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필드가 선구안만 좋은 타자도 아니다. 다저스에 처음 몸담았던 98시즌에는 득점찬스에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세필드였으나 다시 전성기의 기략을 뽐내고 있는 지난 2년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세필드의 타점 생산 능력도 어느 타자 못지 않게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9년 득점권 타율 - 0.271, 9홈런, 67타점
2000년 득점권 타율 - 0.357, 10홈런, 66타점
세필드는 같은 팀동료인 에릭 캐로스(득점권 타율 - 0.241), 션 그린(0.257)에 비해 월등히 앞선 기량을 자랑하고 알렉스 로드리게스(0.295, 11홈런, 87타점), 치퍼 존스(0.260, 9홈런, 73타점), 새미 소사(0.313, 15홈런, 91타점) 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에 있는 선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세필드는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과 100개 이상의 타점 그리고 3할 이상의 타율, 4할 이상의 출루율을 보장할만한 충분한 기량을 지녔고 찬스에도 강할 뿐만 아니라 동료 타자들에게 찬스를 이어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즉 다시 말해 팀타선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선수라는 점이다.
세필드는 지난 1998년 당시 소속팀인 플로리다와 6년간 6100만불의 조건으로 장기계약에 합의했다. 계약할 당시에는 타자로서 최고의 금액이었으나 선수들의 몸값이 천장지부 격으로 뛰어버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헐값이나 다름없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시즌 연봉이 900만불이었고 올시즌과 내년시즌에 950만불 그리고 계약 마지막 시즌에도 1100만불 밖에 되지않아 최근 엄청난 액수로 장기계약을 체결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나 데릭 지터에 비해 터무니 없는 금액이며 같은 팀동료인 션 그린(6년간 8400만불)과도 연평균 400만불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연평균 1000만불에 이르는 금액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1000만불이라면 특급선수를 상징하는 기준이 되고 있으며 몬트리올이나 미네소타 같은 저예산 구단에서는 팀전체 연봉의 절반에 이를만큼의 엄청난 금액임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세필드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량, 팀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현재 지나치게 높아진 선수들의 몸값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때 세필드가 받는 연봉이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