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어두운 그늘에 갇혀 외면받아 왔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통한 상봉이라는 ‘차선책’으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의거 월북자만 있을 뿐 국군포로나 납북자는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은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지난해 11월30일∼12월2일)에 이어 3차 상봉에서도 이들을 하나둘씩 내세우는 등 변화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냉전의 또 다른 희생자인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이 이산상봉 행사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차 상봉 때도 국군포로 이정석씨(70)가 방북한 형 형석씨(81)를 만났다.
그러나 정부는 국군포로 문제가 남북간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임을 고려해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국군포로의 만남이 공개된 것은 북측이 이를 보도한 데 따른 것이었다.
납북자 문제도 북측이 2차 상봉행사에서 김삼례씨(73)가 87년 납북된 동진호의 갑판장인 아들 강희근씨(49)를 만난 사실을 먼저 밝힘으로써 알려졌다.
북측이 이처럼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이산상봉 대상자로 내보낸 것은 이들을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으로 해결하겠다는 남측 의사를 북측도 묵시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납북자는 487명이며 국군포로는 351명이다.
이 숫자는 조창호씨 등 탈북자의 증언에만 의존한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생존 국군포로가 1만9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를 정식 송환요구가 아닌 ‘편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또 남측이 비전향장기수 전원을 지난해 9월2일 북에 보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명지대 이동복(李東馥·북한학과)객원교수는 “북한에서 남측 가족을 상봉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은 납치된 게 아니라 월북 또는 의거 입북했다고 말함으로써 이들의 문제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비행(非行)을 원천적으로 덮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이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을 통한 납북자 문제 접근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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