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는 삼성천하?’
국내 최대기업 삼성의 ‘호령소리’가 2001년 국내 프로스포츠를 완전히 휘어잡을 태세다.
삼성은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우승에 이어 겨울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프로농구와 배구 슈퍼리그에서도 정상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까지 막강한 전력을 구축해 올 시즌을 석권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겨울 정복〓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여자농구. 삼성생명은 2001삼성생명 비추미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우승했다. 다음 차례는 배구와 남자농구. 삼성화재는 2001삼성화재 배구 슈퍼리그 최종결승전에서 2연승을 달리며 우승컵을 거의 손에 넣은 상태. 삼성 썬더스 역시 2000∼2001 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1’로 줄이며 정상등극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름 정벌〓지금까지 국내 어느 기업도 꿈만 꿔왔을 뿐인 국내 프로스포츠 ‘천하평정’을 위해 삼성에 남은 것은 야구와 축구. 이 중 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빼면 한국시리즈에 6번 도전해 모두 실패한 프로야구 우승 여부가 천하통일의 관건이 될 전망. 하지만 올해는 삼고초려 끝에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고 최고신인투수 이정호와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 마무리 투수 리베라 등을 합류시킴으로써 역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게 돼 우승 전망이 밝다. 여기에 지난 선수협 파동 때 유일한 무풍지대로 타 구단보다 훨씬 빨리 많은 전지훈련을 한 이점까지 더해져 올해가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한 최적기라는 평.
프로축구에서도 삼성은 올해 강력한 우승후보. 지난해에는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정상 등극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주전 선수들이 모두 부상에서 회복한데다 국가대표출신인 수비형 미드필더 서동원까지 영입해 불안했던 수비 라인을 탄탄하게 보강했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고종수의 컨디션 회복도 큰 강점. 이달 초 크로아티아 전지훈련 기간 실시한 연습경기에서 5승3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우승전선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삼성천하 명암〓삼성의 천하평정에는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투자가 가장 큰 요인. 필요한 감독과 선수를 반드시 데려오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충족시켜주는 프런트의 뒷바라지 등 이 모든 것은 엄청난 투자가 있어 가능한 것.
하지만 반대로 라이벌팀의 의욕 감소와 이로 인한 전체적인 흥미 반감을 가져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모 야구단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프로야구 스카우트비로만 1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지출하는 등 구단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폰서십도 싹쓸이▼
삼성의 국내스포츠 석권 ‘시나리오’에는 각 종목 스폰서십이 포함돼 있다.
삼성은 올해 이미 농구와 배구에서 스폰서십을 독점했다. 남자농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삼성전자가 스폰서십을 따냈고 지난해 현대증권과 현대건설 등이 스폰서였던 여자농구와 배구도 올해는 삼성생명 삼성화재와 각각 스폰서계약을 했다.
삼성은 아직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스폰서십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스폰서십을 따낸 프로야구는 올해도 삼성이 다시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0억원에 삼성전자가 따낸 프로축구 스폰서십도 올해 계약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수준 이상을 고려중인 삼성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지난해 삼성이 4개 종목의 스폰서십을 위해 투자한 돈은 모두 80여억원에 이른다.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