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을 명예퇴직한 A씨는 지난해 9월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게임 자동판매기를 330만원에 구입하면 6개월간 매달 10만원을 확정이자로 주고, 6개월 뒤 세금으로 30만원을 떼고 300만원을 돌려준다”는 제의였다. A씨는 ‘무슨 게임기 사업이 이렇게 잘될까’하는 의심없이 높은 이자율에 넘어갔다. 함께 명퇴한 동료 몇몇과 명퇴금 투자를 결정했고 A씨는 100계좌에 가까운 3억여원을 투자했다.
11월 11일 금융감독원 사이비금융기관 전담팀에는 제주도에서 전자우편이 날아들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A씨가 받았던 제의와 동일한 내용을 한울 글로벌이란 회사가 제안했다고 알려왔다. “연 160% 이자율을 준다는데 사기극 아니냐”고 물어온 것.
금감원은 ‘투자 의사가 있다’고 투자자를 가장해 전화를 걸어 제보 내용을 확인했다. 경찰청은 12월1일 수사에 착수해 올 1월 “공기업 퇴직자 60여명 등 1000여명으로부터 566억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 1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당이 검거 당시 갖고 있던 돈은 불과 127억원뿐이었다.
터무니없는 고금리를 미끼로 사이비금융사기단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이들을 파고들고 있다. 금감원은 26일 “한울글로벌 등 11개 업체를 적발해 수사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성목팀장은 “저금리 시대에 사기단의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인터넷 및 전화 제보 급증 △검거 기간 단축 △법원의 중형 선고 분위기로 완전범죄 가능성이 줄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인터넷에만 올 들어서 20건의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5건은 26일 공개된 11개 적발업체에 대한 것이었다. 조팀장은 “사기단이 1000명을 상대로 돈을 모집할 때 단 1명만 의심하면 일망타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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