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색 간판에 앞글자 'S'가 선명하게 빨간색으로 붙어 있는 'Segafredo'는 그 위에 올라서 있는 나팔 부는 두 명의 은색 천사나 입구 옆에 걸려 있는 커피 마시는 외국 여자 사진만큼이나 눈이 가는 공간이다. 얼핏 유리 문안으로 보이는 풍경이 커피숍 같긴 한데...
손목시계의 분침은 오전 10시 30분에 가서 멈춘다. 눈이 와서 한창 미끄러운 압구정동 로데오 안쪽길의 칼바람은 일단 피해야겠고 문을 연 곳은 없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빨간 테두리의 문을 밀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하얀색 천장에 역시 빨간색 벽과 카운터, 까만색 탁자와 의자가 돋보이는 실내는 여느 커피 전문점과는 달리 개성이 있으면서도 의외로 부담이 없다. 좌석의 한쪽 중심에 놓인 꽃 모양 와이어 스탠드는 밑에 조그만 흰색 돌과 반원형의 은색 스틸 소재가 받쳐주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2층으로 계단이 나 있네? 계단을 다 오르면 일단 왼편에 양각으로 영어글자 무늬가 도드라지는 흰색 벽에 세 개의 창을 내고 안쪽에 붉은 조명을 설치한 '벽면 분수'는 1층과는 또 다른 2층의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한복판에 흰색 석고상 분수대를 중심으로 좌석배치를 했는데 밖의 풍경이 보이는 창가쪽은 별도로 커튼이 없이 그대로 햇살이 반쯤 들어오게 처리해 실내가 그다지 어둡지 않다.
좋은 곳을 발견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창가좌석에 앉아 카푸치노의 거품에 입술을 묻혀본다. 전혀 달지 않으면서 무척 부드러운 거품이 혀를 감돌더니 입가에 살짝 묻는다. 설탕이 따로 있는 걸 보니 기호에 따라 타서 마시면 되겠다. 그런데 앉아 있을수록 자꾸 친근해지는 여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생각났다! 얼마전 SBS의 아침 프로에서 격렬한 토마토 광고로 다시 한번 세간의 화제를 모은 TTL의 광고모델 임은경의 인터뷰 장소구나. 여고생답게 수줍게 말을 이어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밖에도 그룹 왁스의 하지원 인터뷰와 신인가수 박성희의 뮤직비디오 등 연예인들의 인터뷰 장소로 각광받는 이곳은 드라마 '천사의 분노'와 '여자만세'에서도 나왔단다. 앞으로는 오는 2월말 부터 방영될 이병헌, 류시원, 최지우 주연의 SBS의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의 촬영소로 쓰이게 되었다고.
'세가프레도'는 이태리의 3대 커피 브랜드중 하나로 원래 에스프레소가 전문, 명동점이 1호점이며 압구정점은 4호점이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에스프레소를 썩 즐겨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어서 이곳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기보다는 카푸치노나 모카커피 같은 일반적인 종류를 더 찾는다.
커피의 질은 기본적으로 모든 커피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세가프레도의 커피는 단순히 드림식으로 끓여내는 묽은 미국식 원두커피와는 다르다. 커피를 추출해 내는 기계도 반자동이어서 기계를 다루는 이의 기술에 따라 똑같은 커피 종류라도 맛이 천차만별이다. '바리스타'라 해서 칵테일바의 바텐더처럼 커피제조전문가가 별도로 있는 것도 다른 세계커피전문점 브랜드와는다르다. 유럽에서는 이 자격을 얻기 위해서 1년 정도 교육과정을 거친다는데 이곳에서도 바리스타라 말할 수 있는 이는 점포 당 1명씩 있다.
어찌됐건 추운 겨울 아침 칼바람을 부드러운 커피 속에 잠재우고 문을 나서니 드디어 햇살이 거리에 퍼지기 시작한다. 참, 한가지 더.
이태리식 샌드위치 파니니도 담백한 맛이 색다른 맛이므로 커피와 함께 즐길 만하다. 카페 파찌오네나 카페 아르모니아같은 커피 칵테일 맛도 독특하며 와인 매독, 소테른, 쌩데밀리옹도 마실 수 있다.
◇위 치
3호선 압구정역,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 파리크라상과 맥도날드 사잇길로 쭉 직진해 막다른 곳에서 좌회전 약 50m.(생활의 향기 공예관 건너편쪽)
◇버 스
(일반) 21, 710, 239-1, 117, 63-1, 78-1
(좌석) 30, 1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