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황태연(黃台淵)교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식인 그룹의 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진보적이고 언행에 거침이 없어 여권 내에서도 다소 조심스러워 하는 인사다.
그는 99년 9월엔 "기존 재벌왕조들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며 재벌해체론 을 주장했고, 21일 민주당 당직자 연수 때는 "언론자유가 특정세력이나 특정인의 특권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의 국제정치학 박사로 현 정부 들어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27일 황교수와의 전화문답 요지.
- '6·25 책임론'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데….
"(6·25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적 소추 후 전범 재판을 열면 되는 것이다. 내 주장이 한나라당 주장보다 더 강력한 것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김정일(金正日)을 만나면 사과를 요구하지 못할 것이다. 사과를 못 받아내면 오히려 면죄부만 주게 된다. 김정일이 정권수반으로 있는 한 도의적으로는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전범 재판 후 사과해야 한다. 사과를 먼저 받으면 법적 소추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
-김정일위원장이 KAL기 폭파를 지휘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KAL기 폭파가 북의 지시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조사를 해야 하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적 추궁이 가능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타결에 노력하고, 당분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 언제 책임을 묻자는 것인가.
"동서독 국경총기사건 문제만 해도 통일 전 서독은 한 번도 (동독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통일 후 독일 정부가 발포책임자인 호네커를 소추해 사법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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