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좀 끊으세요. 저것 봐요. 간경변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무슨 소리야. 이득렬씨는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이득렬 전 MBC사장이 간경변에 의한 식도정맥류 파열로 별세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24일 오후 회사원 김진만씨(34)는 아내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아내는 “간경변은 한번 오면 생명을 끝장내는 저승사자”라고 주장했고 김씨는 “간경변은 간암의 전 단계로 그렇게 겁낼 것이 없다”고 맞섰다.
▽백신 접종이 최선〓간경변은 간염 때문에 정상적 간세포가 손상돼 섬유조직으로 변하고 간이 쪼그라든 질환을 뜻한다. B,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염과 간경변을 일으키는 주범이고 술 담배 스트레스가 3대 공범. 드물게 간에 구리가 쌓이는 윌슨씨병 등 유전질환과 정상적인 간세포를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등도 간염과 간경변을 일으킨다.
국내에선 B형 간염이 간경변의 가장 큰 원인. 최근 C형 간염으로 인한 희생자가 늘고 있다. C형 만성 간염의 절반이 간경변으로 진행한다. 또 B형 간염은 어릴 때 걸리면 95%, 성인 때 생기면 5∼1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는 반면 성인에게 주로 발견되는 C형 간염은 최소 70%가 만성 간염으로 발전한다.
계속된 음주는 몸의 여러 기관을 망가뜨리지만 반드시 간경변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맥주 1500∼2000㏄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15년 이상 마신 사람의 ⅓에게 간경변이 발견되지만 ⅓은 지방간, 나머지는 가벼운 간손상 정도만 나타난다.
▽술 끊고 콘돔써야〓간경변에 걸리지 않으려면 우선 B형 간염 백신을 맞아야 한다. 아직 백신이 없는 C형 간염은 주사기로 마약을 맞거나 문신을 새기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전염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성생활로 B, C형 간염이 전염될 수 있으므로 성행위시 반드시 콘돔을 사용할 것을 권고.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는 무조건 술 담배를 끊어야 한다.
요즘 라미부딘 리바비딘 인터페론 등의 약물치료로 간염이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것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으므로 간염 환자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좋다.
▽균형있는 식사와 정기검진〓한번 굳어진 간을 풀 수 있는 약은 아직 없어 간경변 환자는 남아 있는 정상 간세포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치명적 세균감염이나 콩팥기능의 저하, 위궤양 담석증 당뇨병 간암 등 합병증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간경변이 간암으로 악화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간 기능 저하와 정맥류 출혈로 인한 사망이 많다. 배가 갑자기 붓거나 열이 아프면서 배가 아프면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특히 변이 자장면 색깔로 변하면 식도나 위장출혈일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태를 방치하면 간 뇌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숨질 위험이 크다.
B형 간경변증 환자의 30%가 10년내, C형 간경변증 환자는 50%가 간암으로 발전한다. 간암의 효과적 예방법은 없다. 조기 발견을 위해 3∼6개월 간격으로 혈액검사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초기 간경변 환자는 의사 지시만 잘 따르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합병증이 없고 간세포의 능력이 활발하면 다음날 일어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좋다고 검증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간경변 환자도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 특히 며칠씩 금식하는 것은 독.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균형있는 식단을 짜고 고단백 음식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살이 찌면 몸에 부담이 되므로 적절히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도움말〓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고광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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