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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문경은 "MVP 노려봐?"

입력 | 2001-02-27 19:00:00


‘우승과 MVP를 동시에.’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람보 슈터’ 문경은(30)이 프로 데뷔 4시즌만에 ‘큰 꿈’을 꾸고 있다.

아마농구 최고의 스타였지만 프로 원년인 97년 상무 소속이었던 탓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해 늦게 프로에 데뷔한 문경은은 그동안 이름값을 제대로 못했다. 개인상과도 인연이 없어 97∼98시즌에 이어 98∼99시즌까지 2시즌 연속 3점슛왕에 오른 것이 전부.

문경은은 그동안 슛감각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또 경기 초반 슛이 터지지 않으면 이후 경기내내 죽을 쑤는 기복 심한 플레이로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래서 별명도 잘되는 날엔 ‘람보 슈터’, 안되는 날엔 ‘문띵’으로 불렸을 정도.

하지만 올시즌은 달랐다. 문경은은 지난해말 신세기 빅스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쳐 올 1월20일까지 9경기를 결장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내내 1위를 달리던 팀이 2위로 처진 상황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다시 코트에 돌아온 문경은은 특유의 시원시원한 3점포로 팀이 정상을 탈환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시즌 막판 2,3위에 올라 있는 LG 세이커스와 SK나이츠가 바짝 뒤쫓아 왔을 때 문경은의 활약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이런 활약으로 문경은은 최근 MVP후보로 급부상하며 팀 후배인 주희정과 눈치싸움을 벌여야 할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

문경은이 이처럼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아티머스 맥클래리, 무스타파 호프, 이규섭이 가세하며 골밑이 막강해졌기 때문. 수비부담을 던 문경은은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호쾌한 3점슛으로 상대의 기를 죽였다. 3점슛의 팀 LG와 맞붙은 25일 경기가 대표적인 경우. 이날 LG가 1쿼터부터 3점슛으로 승부를 걸어오자 문경은도 뒤질세라 초반부터 3점슛 경쟁에 가세, 결국 양 팀 통틀어 최다인 6개를 성공시키며 LG의 추격을 따돌리는 주역으로 활약했다아직도 정상이 아닌 무릎 때문에 경기 다음날이면 퉁퉁 부은 무릎으로 고생하는 문경은은 남은 시즌에 대해 “팀내 고참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팀플레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인상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반쪽선수’라는 오명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MVP까지 마다할 수 있을까. 시즌 종료까지 문경은의 활약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