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대구 사람들이 나를 귀여워하는 것 같아요. ‘빡빡’이니까.”
지난해 12월 ‘대구시립무용단장’으로 취임한 ‘빡빡머리 무용가’ 안은미(39)의 입담은 여전하다.
지난 연말 무용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그의 대구 입성이었다. 1981년 창단된 이 무용단은 현대무용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월급을 받고 춤을 추는 단체다.
평소 누드 출연과 기발한 무대 연출로 눈길을 끌었던 안은미가 영화 ‘미인’의 섹스 안무에 이어 대구시립무용단 단장을 맡은 것이 화제를 모았다. 그와 제도권 무용단은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안은미 자신도 2년 임기의 단장 자리를 제안받고 “놀랐다”고 한다.
“도대체 ‘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영화 제목같은 고민을 했다. 왜 나를 단장으로 불렀을까. 즉시 ‘참모(제자)’들과 회의를 한 끝에 대구가 원하는 게 젊은 감각에 파격적인 변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구로 내려간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대구를 깜짝 놀라게 만들겠다”는 안단장의 일과는 분주하다.
굵직한 공연만해도 4월 개인발표회 ‘은하철도 000’과 5월 대구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대구별곡’이 기다리고 있다. 3월부터 ‘대구시민을 위한 무료 무용교실’(7월까지 월∼금 7시)에서는 강사로 나서 국제무대에서도 알아주는 ‘안은미류’ 춤과 입담의 맛을 선보여야 한다.
자유분방하기로 유명한 그도 무용단장을 맡아 일선 행정을 배우는가 하면 평일에는 아침 9시반까지 무용단에 출근하는 ‘투쟁’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늦으면 벌금이 1분당 1000원이다.
공연 내용은 아직 비밀이다.
“안은미를 단장으로 불렀기 때문에 서울에서 대구란 도시의 인기가 올라갔다는 소문이 있다.(웃음) 이런 형편에 나도 사람인 데 대구 시민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뚜껑이 열려야 파, 마늘같은 양념을 넣는다. 미리 말하면 맛이 없다.”
내친 김에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누드 출연에 대해서도 물었다.
검은 색 정장 차림으로 단장용 증명사진을 찍었다는 그는 “혹시 누드 출연이 필요하다면 단원들과 의견 교환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생 월급을 받는 직업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끈하게 열심히 일하고, 그게 안되면 미련없이 물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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