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설이 나돌던 인기그룹 ‘H.O.T.’가 해체설을 공식 부인했다.
‘H.O.T.’ 멤버인 문희준은 27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다른 멤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하지만 우리들은 팬들이 있는 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저녁 잠실 주경기장에서 수많은 팬들이 몰린 가운데 인기그룹 H.O.T.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H.O.T.’가 해체설을 부인하자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5000여 팬들은 환호성으로 답했다. 이날 공연시작 전부터 비가 내리다 진눈깨비로 변했지만 대부분 10대 소녀인 관람객들은 동요하지 않은 채 ‘H.O.T.’ 열창에 맞춰 하얀 풍선을 흔드는 등 장관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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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수가 한 차례 단독 공연으로 이처럼 많은 관객을 모은 것은 처음이다.
‘H.O.T.’는 첫 곡으로 ‘아이야’를 부른 뒤 ‘전사의 후예’ ‘행복’ 등 히트곡과 5집에 실린 ‘내추럴 본 킬러’ 등을 2시간반 동안 불렀다. 문희준은 직접 작사 작곡한 신곡 ‘페르시안 블랙홀’을 솔로로 불렀으며 토니 안은 리키 마틴을 멋지게 흉내냈다. 강타는 빠른 댄스 리듬으로 비틀스의 히트곡 ‘렛잇비’를 불러 관객들의 환성을 자아냈으며 장우혁은 음반 스크레칭(음반을 긁어서 효과음을 내는 기법)을 선보였다.
27일 저녁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인기그룹 H.O.T. 콘서트에서 수많은 팬들이 환호하며 H.O.T.를 외치고 있다
이날 공연은 ‘H.O.T.’의 해체설로 인해 ‘사실상 마지막 공연’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며칠 전부터 극성 팬들이 공연장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는 등 분위기가 과열돼 대형사고 발생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은 오후 1시부터 “질서를 지키자”고 외치며 입장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질서정연하게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쓰레기를 줍는 등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명옥양(17·울산 동구 화정동)은 “‘H.O.T.’ 오빠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팬클럽 차원에서 질서 지키기 운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날 지방 팬들도 관광버스 60여대를 타고 올라왔다.
경찰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 등 500여명을 공연장에 배치했으며 공연 기획사인 서울기획도 별도의 민간 경호요원을 동원했다. 한편 대북 경제협력 중개 창구로 활동하고 있는 금강산국제교역의 박경윤 회장(재미교포)은 이날 공연을 보고 “대단하다. 북한에서도 한번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공연관계자가 전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