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장으로 자리를 확고히 굳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Traffic)은 독특한 구성을 자랑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마약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세가지 사건을 한곳으로 끌어모아 접목시킨 구성의치밀함이 영화를 압도하는 가운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개인의 삶속에서 꺼집어낸 독특한 연출력도 무게가 느껴진다.
그가 내달 열리는 제7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움켜쥘 지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영화의 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장편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천재감독이란 찬사를 들었던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와 「에린 브로코비치」두편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하비에르(베니치오 델토로)와 그의 동료 마놀로(제이콥 바거스)는 멕시코 국경을 지키는 경찰로, 멕시코 최고권력자인 살라자르 장군 밑에서 일을 하다 우연히 장군이 마약조직과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마놀로는 법무부 소속 마약단속국에 이 정보를 넘겨주려다 사살당하고 만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첫번째장소다.
뒤이어 오하이오주 대법원 판사 로버트(마이클 더글러스)는 대통령직속 마약단속국장에 임명돼 마약의 유통실태 조사에 착수하지만 정작 모범생으로 믿었던 자신의딸이 마약복용자란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져드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마약소비의 도시에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켜 놓았다.
이런 가운데 스크린은 훌쩍 마약밀거래의 도시 샌디에이고로 옮겨가 지역유지로활동하는 사업가 남편 카를(스티븐 바우어)과 부인 헬레나(캐서린 제타 존스)의 행복한 삶을 보여준다. 헬레나는 어느날 카를이 국제마약 밀거래 조직의 거물임이 드러나 마약단속국 요원들에게 붙잡혀 구속되자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이내 남편을 대신해 멕시코 마약딜러와의 거래에 직접 뛰어든다.
이들 세가지 사건의 현장인 도시에다 각각의 개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색채를 입혀 차별화해 놓은 것도 독특하다. 오하이오주는 관습과 제도를 상징하는 차가운느낌의 블루톤, 샌디에이고는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려는 듯 자연스러움을 살린 내추럴 톤, 멕시코 국경은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켜 부패와 타락을 반영하려는 듯 브라운톤으로 덧입혔다.
그는 이 영화의 연출과 촬영을 동시에 맡았다. 수십편의 영화를 기획, 제작한 다재다능한 영화인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국가의 마약정책을 책임진 총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약복용자인 딸의 가출로 갈등을 겪는 내면연기를 잘 해냈다는 평가를 듣고있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최근 결혼식을 올린 캐서린 제타 존스, 베니치오 델 토로,데니스 퀘이드 등의 연기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미 상.하원 의원과 DEA요원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3월10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