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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그곳/음식점]빨계떡 20년 라면전문점 '틈새'

입력 | 2001-02-28 10:50:00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날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빨갛고 뜨끈뜨근한 빨계떡은 바로 라면전문점 틈새의 대표 메뉴이다. 하긴 대표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나머지 메뉴라고 해야 불김밥과 찬김밥이 전부이다. 하지만 메뉴가 세 가지뿐이라고 뭐 그러겠거니 하고 찾아가면 큰 코 다친다.

일단 이름 그대로 싯뻘건 빨계떡은 단순히 맵다고만 말하기에는 부족한 얼얼한 기운이 혓바닥에 일격을 가한다. 빨계떡의 한판승!

라면에 계란, 떡, 콩나물, 파, 김가루, 고춧가루, 후추가루가 들어간 빨계떡의 독특한 맛의 비결은 라면 하나만을 보고 지금까지 20년 동안 틈새를 유지해온 김복현 사장의 고집에서 비롯한다. 여기저기서 하도 모방을 많이 해서 아예 94년에 특허인가를 받았다.

메뉴중 찬밥은 '라면에는 찬밥을 넣어야 맛있다'는 그이의 지론에서 생겨났다. 틈새의 단골은 으레 빨계떡에 찬밥을 시켜 훌훌 말아 먹는다. KBS 9시 뉴스, MBC 생방송 화제집중, SBS 리얼코리아 등 방송사와 일간지, 잡지 등 각종 매스컴에 숱하게 오르내린 이곳은 최민수나 이승철, 채림 등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곳. 영화배우 박상민은 고교시절부터 자주 들렀다고. 컬트3총사, 표인봉 등 주로 거리가 가까운 서울예전 출신들도 많이 온다.

현재 신촌과 이태원, 여의도, 인천 제물포역, 신림동, 대구, 일본 북부지역에까지 분점이 있다. 분점이라고는 해도 본점과 별도로 계약한 일반적인 프랜차이즈는 아니며 김씨가 주변의 친한 이들이 가게를 내는 데 비법을 전수한 정도. 물론 아직까지 김씨의 빨계떡 맛과 똑같은 곳은 없으며 원조는 역시 여기 명동 틈새이다.

4-5평 남짓한 공간에 달리 인테리어라 할 것도 없이 온통 명함과 낙서로 가득한 벽이 정겹다.

70년대에 비해 386세대의 80년대 명동 분위기는 많이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때 명동 거리에 관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할 계획중인 김복현씨. '오리방석'이나 '파인애플'도 80년대 사용되었던 은어로 물과 단무지를 뜻한다. 그러고 보니 오리는 물에 앉으니 물은 오리의 방석이 되는 셈이며, 노란 단무지의 모양새는 파인애플을 자른 것과 비슷하니 딱 맞는 표현이다. 틈새의 단무지는 시중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무를 잘라서 만든 것으로 빨계떡 한 젓가락과 함께 아작아작 베어 먹으면 찰떡 궁합. 원래 틈새는 제일백화점 건물 벽과 틈 사이에 폭 45cm가 되는 공간에 간판도 없이 있었다. 지금의 간판은 매스컴을 많이 타면서 사람들의 위치를 못찾겠다는 불평에 못이겨 달았다. '마음 속의 간판이 더 오래가는 거 아니겠요.'라고 말하는 김씨.

결국 빨계떡 맛의 비밀에 대한 대답은 라면회사 직원들이 각종 스파이 작전을 펴도 노하우를 전혀 못얻어갔다는 말로 노코멘트 당했다. 실제로 주방에 들어와서 양념통을 슬쩍 하려다가 걸린 경우도 비일비재하단다. 매운 라면을 즐기는 이들에게 한가지 해주고 싶은 말은 후추를 너무 많이 넣지 말라는 것. 후추는 향신료의 일종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넣으면 오히려 쓴 맛이 난다.

틈새를 찾아 바람이 씽씽 불어대는 명동 뒷골목의 같은 길을 헤집기를 수차례. 틈새는 이름 그대로 정말 명동 골목 틈 사이에 있으므로 위치를 못찾을 때를 대비해 전화번호를 꼭 챙기기 바란다.

◇위 치

명동 유투존 후문 파파이스와 충무김밥 골목으로 쭉 들어가 막다른 곳에서 좌회전 20 m

◇지하철

4호선 명동역 7번출구

◇버 스

(일반) 139,161,3,34-1,6,76,77,81-1,95

(좌석) 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