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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황태연교수 발언 파문확산

입력 | 2001-02-28 18:31:00


황태연(黃台淵)교수가 28일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직을 전격 사퇴했으나 그의 발언이 미칠 파장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 미묘하다.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김위원장의 6·25전쟁 및 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 책임 유무론은 단순히 국제법적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게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국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자칫 보혁 대결, 여야 대결의 양상까지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황부소장이 스스로 사임한 만큼 이 문제는 이제 일단락됐다"고 말했으나, 조순형(趙舜衡)의원이 즉각 "지도부는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도대체 6·25전쟁와 KAL기 사건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이 뭐냐"고 따지고 나선 것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조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황교수의 발언은) 국민 정서나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 해괴한 발언"이라며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살려둔 것은 훗날 재판 때 증언을 위한 것인데 '김위원장이 폭파를 지휘했다는 증거도 없고 조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게 무슨 말이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황교수 강연을 주최한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 대표인 장영달(張永達)의원이 맞받아 "황교수의 발제는 지극히 보수적이었는데 일부에서 매카시즘적 비난을 하고 있다"며 옹호하는 등 민주당 내부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한나라당도 당 차원에서는 현 정권의 정체성까지 문제삼으며 '이념 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일부 다른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성명에서 "황교수는 김대중(金大中)정권의 '통치이념 제공자'라며 이제 김대중정권은 스스로 그 정체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황교수의 발언은 6·25는 북침이요 KAL기 폭파사건은 조작이었다는 주장과 같다. 북한에 나라를 바칠 자세 아닌가"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총재단회의에서 "남북 평화정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반인륜적 반인권적 발언과 행위까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상섭(徐相燮)의원은 "일본으로부터 일제 침략에 대해 사과를 못받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고, 안영근(安泳根)의원은 민주당 장의원과 함께 공동 성명서를 내고 황교수에 대한 '매카시즘적 비난'을 경계했다.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