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28일 국회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 의회에서 각각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폈다.
부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불량배국가(rogue state)와 테러리스트 등으로부터 미국 국민과 우방,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선 효율적인 미사일 방어체제를 개발해 배치해야만 한다”며 NMD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은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한 최상의 희망”이라고 주장하고 “점증하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미국의 군사력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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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21세기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분명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군사력을 개편하게 되면 우리는 냉전시대의 유산을 버리고 우리의 핵무기를 오늘날의 수요에 맞게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28일 한국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미국의 NMD 강행 움직임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러한 문제들이 우주 공간의 군사화 방지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논의에 부쳐질 것이고, 이 국제회의는 4월 유엔의 후원 아래 모스크바에서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세계안보체계의 근간이 되는 요소는 바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조약이며 이를 위반하려고 하는 그 어떤 시도도 전략적인 안전의 골격 자체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의 ABM조약 개정 움직임을 경계했다.
▼푸틴, 이총재 경협지지 당부 ▼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만나 남북한과 러시아 3자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경제 프로젝트를 논의할 때 야당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대북(對北) 포용정책은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데 러시아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났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