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가, 5월인가. 올 상반기인가. 아니면 금년 안에는 틀림없이 오기는 오는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서울 답방 시기를 놓고 설이 분분하다.
올해 정국의 최대 이슈는 첫째는 김 위원장 답방이고, 둘째는 대선(大選)을 겨냥한 정계개편의 향방일 것 같다. 특히 김 위원장 답방은 남북관계 진전의 중요한 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내정치 상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김위원장 답방을 보는 시각▼
문제는 김 위원장을 우리가 어떻게 맞느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 서울 방문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운동권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진영에서는 대대적인 환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보수 우익세력은 조직적으로 답방 반대운동을 펼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그 중간에 있는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위원장의 답방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러나 찬성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정부는 범정부준비기구를 만들어 환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라지만 이 정부가 어느 정도의 국민적 합의나 지지를 이끌어 낼지 궁금하다. 흔히 외교는 내치(內治)의 연장이라고 한다. 남북관계는 더욱 그렇다. 지금 내치는 어떤가. 말이야 ‘절반의 성공’이라지만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의 지지도는 집권 이후 최하의 상태이고 100만 실업자들이 좌절과 분노의 한숨을 내쉬며 방황하고 있다. 명색이 집권여당이라는 민주당은 집권 초부터 약속한 이른바 개혁법안은 물론이고 주사제 문제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는 불임(不姙)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정부여당에 무슨 정치력이 있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특히 야당과 등을 돌리고 있는 듯한 요즘의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서 범국민적 환영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
여권과 야당이 안기부자금사건 같은 내부 문제로 싸움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북문제만큼은 차원 높은 교감과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야당총재도 어떤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김 대통령이나 이회창(李會昌) 총재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된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그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김 대통령은 야당이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다고 의심한다. 야당은 DJ정부가 김정일 위원장 답방을 계기로 재집권을 위한 ‘음모’를 꾸미려 한다고 보고 있다.
▼덧셈 뺄셈의 정치▼
이런 판에 의석 2석의 미니정당인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가 ‘정책연합’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여권과 손을 잡겠다고 나서자 야당은 마침내 ‘음모’의 일단이 드러난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한다.
사실 여권의 단순 덧셈 뺄셈 차원의 정치로는 큰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지난 번 의원꿔주기 산수, 17(자민련 의석)┼3(꿔준 민주당 의원)-1(강창희 의원 제명)┼1(추가로 꿔준 민주당 장재식 의원)〓20석으로 민주―자민련이 완전 공조를 복원했다고 여권에서는 좋아들 했겠지만 잃어버린 민심은 숫자로는 헤아릴 수 없다.
이번의 덧셈도 마찬가지다. 115(민주당 의석)┼20(자민련)┼2(민국당)〓137석으로 마침내 여권이 오랫동안 갈구해온 전체 의석(273석)의 과반수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다지만 2석을 얻으면서 실제는 그 몇 배의 손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지난번이나 이번이나 DJ 정권의 잘못된 계산인 것 같다.
DJ는 입만 열면 개혁을 말하지만 손잡는 것은 그와는 반대의 사람이다. 김윤환 민국당대표가 얼마 전 수뢰죄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해서가 아니라 군사독재시절 유정회 국회의원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정치역정을 보면 DJ의 개혁이미지와는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니까 DJ의 민주화 동지나 지식인 개혁주의자들의 상당수가 DJ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DJ 자신과 그 측근들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답방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DJ는 보다 차원 높은 계산을 해야 한다. 덧셈 뺄셈만이 아니라 곱하기 나누기도 해야 한다.
어경택euh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