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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스타]지단 앞에 패배없다

입력 | 2001-02-28 18:48:00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10번)이 독일과의 친선경기중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지주(Zizou), 야지드(Yazid)….”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29·이탈리아 유벤투스)에게는 두 개의 별명이 있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은 그를 ‘야지드’라고 부르고 팬들은 그가 보르도에서 뛰던 시절 얻은 별명인 ‘지주’로 부른다.

이런 귀엽고 앳된 별명과 달리 지단은 그라운드에서는 거칠기로 소문난 ‘터프 가이’다. 지단은 지난해 10월 챔피언스리그 1차예선 함부르크(독일)와의 홈경기에서 요헨 키엔츠의 얼굴을 머리로 받아 광대뼈 골절 및 뇌진탕 증세를 일으키게 하는 바람에 5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데포르티보 라 코루나(스페인)전에서도 레드카드를 받고 2경기 출전이 금지됐으나 유럽축구연맹(UEFA)의 선처로 1경기만 빠진 뒤 함부르크전에 출전했다.

당시 유럽 언론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선정 과정이 조금만 늦게 진행됐으면 그 영광이 포르투갈의 피구에게 돌아갔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28일 파리 스타드프랑스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지단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 듯했다. 지단은 전반 5분 독일 디에트마 하만에게 걷어차이는 등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하면서도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역이용하듯 침착한 플레이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에서 자신이 두 골을 몰아치며 거함 브라질을 격침했던 바로 그 현장에서 또 한번 짜릿한 승리를 팬에게 안겼다.

이날 프랑스는 트레제게, 조르카예프 등 주전들이 부상으로 결장해 고전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냈다. 바로 천재 플레이메이커이자 골잡이인 지단이 있었기 때문.

지단은 전반 27분 대표팀 풋내기 윌리 사뇰이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센터링한 볼을 골 지역 왼쪽에서 낚아채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후 총알같은 왼발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승부는 그 한방으로 끝이었다.

비록 친선경기식 평가전이었지만 이 경기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둔 프랑스나 독일에게 중요한 일전이었다. 전대회 우승으로 본선에 자동진출하는 프랑스는 지난해 유로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 때부터 시작한 무패 행진을 9경기로 늘리며 월드컵 2연패를 향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루디 펠러 감독(41)의 지휘봉 아래 흐트러진 팀 전열을 추스르며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그리스와 잉글랜드를 차례로 꺾고 9조 1위에 오른 독일은 이날 패배로 다시 한번 ‘녹슨 전차 군단’의 현실을 재확인해야 했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