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명은 공화국, 이북, 북측으로 부를 것. 식량문제나 경제사정 등은 묻지 말 것. 배지는 ‘영상’으로 부르고 손가락질하거나 만지지 말 것. 주석이나 국방위원장 초상화가 있는 인쇄물을 훼손하지 말 것….’
이번 3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된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의 이동호(李東浩)총지배인이 행사기간중 ‘특별한 손님’들을 맞아 전직원에게 나눠준 10여 항목의 ‘손님맞이 기초예절’들이다. 객실과 식사, 연회 등 호텔의 각 부문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총지배인은 보통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되는 중요한 직책. 그는 2차 이산가족 상봉과 평양예술단 공연 등 굵직한 북한손님맞기 행사를 여러 차례 치르면서 호텔업계에서는 ‘북한행사 전문가’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지만 “아직도 북쪽 손님맞기가 여느 국제행사를 치르는 것보다 몇 곱절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50여 년 간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손님들이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배려’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식사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내놓기도 했으며 일반적인 호텔 한정식보다는 맵고 짠 어리굴젓, 옥돔구이 등의 반찬을 많이 준비한 것도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였다.
시간적으로 다소 여유 있는 아침식사는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장소를 잡아 방문단이 자연스레 서울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띄지 않는 ‘배려’ 가운데 하나.
그는 “서비스를 위해 조리팀이 새벽부터 나와 준비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호텔은 생전 처음’이라는 칭찬 한마디에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며 웃었다.
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