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유투존 뒷편에 있는 아오자이를 찾아간 날은 때마침 발이 눈에 푹푹 파묻힐 정도로 폭설주의보가 쏟아지던 때였다. 뭐 좀 따뜻한 게 있으려나.
아오자이의 건물은 지하에 있지만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라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서빙을 하는 여종업원들은 베트남 민속옷 아오자이를 입고 있어 일단 여느 식당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빨간색과 노란색 복장이,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청순한 이미지 의 하얀색 아오자이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오자이 그 특유의 여성미가 돋보이는 아름다움과 산뜻함은 느낄 수 있다. 참고로 흰색 아오자이는 베트남에선 여고생들만 입는단다.
딱히 특별한 인테리어라 할 필요없이 흰색 벽에 고동색 탁자와 의자가 놓인 홀이 깨끗한 인상을 준다. 식당 한가운데와 벽 곳곳에 걸린 뱀가죽으로 만든 악기를 비롯한 베트남 민속품 자체만으로도 이색적이다.
가만, 그런데 여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그러고 보니 연기파 김상중과 터프가이 최민수, 아이엄마가 되고도 여전히 예쁜 황신혜가 주연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TV 드라마 '사랑의 전설'에서 나왔던 곳이네! 이외에도 이미 KBS와 MBC, 각종 잡지사에 소개된 이곳은 김승우, 설경구, 한석규, 선우재덕, 김한국, 로버트 할리 등 연예인들이 많이 들르기도 한다.
메뉴중 가장 잘 알려진 베트남 쌀국수는 따로 접시에 내오는 숙주와 레몬즙을 곁들여서 먹는다. 전혀 육수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 담백한 국물 맛과 독특한 향, 쫄깃거리는 면발이 '후루룩' 정신없이 먹다 보면 금방 한그릇 뚝딱. 베트남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대표 하종식씨에게 슬쩍 질문을 던지지만 맛의 비결은 역시 노코멘트.
베트남 현지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이곳의 맛은 재료부터 일단 차이가 난다. 다른 베트남 쌀국수집과는 달리 완전히 익은 국수인 순면을 쓰기 때문에 면을 익힐 필요없이 바로 육수를 부어서 면발의 느낌이 훨씬 좋다는 게 하씨의 말이다.
쌀국수는 프랑스 점령하에서 생겨난 음식으로 아오자이의 메뉴들은 베트남 지역중에서도 북부 지방인 수도 하노이 스타일이기 때문에 자극이 덜해서 우리가 먹기에도 부담이 없는 편이다. 앞으로는 스프링롤과 튀김롤, 돼지고기석쇠구이와 국수 또는 볶음밥이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나 스태미너 음식으로도 좋은 전골류, 베트남식 빈대떡인 반세오 등 다양한 메뉴를 적극 선보일 예정이다.
베트남 음식은 다른 동남아 지역과는 달리 지방질이 낮고 자극이 없어서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그만. 이미 미국에선 뉴욕타임즈 등에 소개될 정도로 베트남 음식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분위기로 봤을 때는 나이가 지긋한 층이 많을 것 같기도 한데 아오자이를 찾는 고객의 80%가 젊은 20대 여성층이다. 참, 아무리 향이 옅다고 해도 베트남 음식이므로 향 알러지가 있는 이들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위 치
명동 유투존 후문에서 명동성당 방향쪽 20m, 마샬미용실 지하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7번 출구
◇버 스
(일반) 139, 161, 3, 34-1, 6, 76, 77, 81-1, 95번
(좌석) 75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