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바카야로’(馬鹿·바보 같은 놈이라는 뜻의 일본어)라고 비난했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김 명예총재가 27일 주한 일본특파원과의 만찬 석상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지난해 7월 이 총재와의 골프 회동을 거론하며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시켜 주기로 약속해 놓고 기자들에게 ‘그런 말을 안 했다’고 하니 그런 ‘바카야로’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고 보도된 것.
한나라당은 28일 김 명예총재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내일이 3·1절인데 일본기자들 앞에서 일본말로 야당 총재를 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정치지도자로서의 품위도,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도, 제1야당 총재에 대한 예의도 없는 조폭 두목 수준의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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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내가 만찬장에 배석해 있었지만 JP는 ‘바카야로’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다”고 보도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자민련측은 일본 특파원들에게 확인전화를 건 뒤 “동석했던 일본 특파원 누구도 들은 적이 없는 발언 내용을 갖고 일방적인 비난성명을 낸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대변인 논평까지 냈다.
일본 특파원들은 한국 기자들의 전화에 대체로 “이 총재를 비난하기는 했는데 ‘바카야로’라는 말을 들었다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특파원단 간사인 모리 지하루(森千春) 요미우리신문사 서울지국장은 이날 오후 “김 명예총재가 이 총재에게 ‘바카야로’라는 말을 써가며 비난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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